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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옛시 노래가 되다

등록일 2022-11-17 18:16 게재일 2022-11-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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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수필가
윤영대수필가

11월 14일 월요일 오후 7시30분 포항시 북구 양덕동에 있는 경북교육청 문화원 대강당에서 ‘포항의 옛시(한시) 노래가 되다’라는 예술공연이 있었다. 월요일 공연이라 좀 마뜩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인의 권유로 보러 갔었다.

경북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알스노바(ArsNova)종합예술단이 주관한 무대공연이었는데 춤과 노래, 시 낭송 그리고 연주까지 색감 넘치는 무대에서 펼쳐진 포항을 주제로 한 예술공연이었으며 한복 차림을 한 공연자들의 모습이 참 좋았다. 이번에 11번째 공연을 한 알스노바종합예술단은 ‘예술로 사회를 아름답게 정화시키는 역할을 소망’하며 2007년 창단하였다고 한다. 그 후 2011년 1회 정기공연을 시작으로 15년간 성악, 보컬, 기악, 국악뿐만 아니라 실용음악과 무용까지 한 무대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입구에서 받은 팸플릿 표지를 보고 음악회보다는 역사문학 강연인 것 같은 착각을 했으나 무대 화면에서 시를 읽고 노래를 들으면서 포항의 숨겨진 풍광과 역사 속을 거니는 과거로의 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포항지역학연구회 권영호 연구원이 ‘포항 한시 소개’에서 밝히는 바에 의하면 그동안 회재집(晦齋集), 시암집(是巖集) 등 숱한 고서를 읽고 포항 연일 장기 청하 등 포항 고을을 오가며 옛 문인들이 노래한 1천300여 편에 달하는 한시를 발굴, 번역하였고, 그중 15편을 골라 현대적인 선율을 입힌 창작가곡을 무대에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나 또한 몇 개의 한시를 보긴 했으나 이렇게 많은 시가 있는 줄 몰랐고 지금은 사라진 지역의 문화재와 풍습의 존재를 알게 되어 참으로 가치 있는 관람이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들 옛 시를 현대적 선율로 해석하고 작곡한 임주섭 윤재덕을 비롯한 5명의 작곡가와 서로의 마음을 합쳐 가곡 무대를 완성해준 10여 명의 남녀 성악가들 또한 멋있었다.

가곡의 제목과 가사에는 남빈 바닷가 모래밭의 갈대와 달이 뜬 풍경이 그려져 있고, 해도에 소금밭 염전이 있어서 임금에게 진상하는 최고의 소금인 자염(煮鹽)을 만들어 부유한 고을을 꿈꾸었다는 것도 알았다. 또 시 낭송을 듣고 청하에 해월루가 있었고 영일만을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고래도 있었다니 옛날의 풍광이 놀랍고 그리워지기도 한다.

공연의 내용을 보면, ‘포항을 노래하다’에서 영일만 형산강 내연폭포가 나오고 ‘옛 마을 찾아’에서는 연일 우현 남빈 학산의 옛 명칭도 알게 되고 보니 현대적 풍광인 포스코와 동빈항의 밑그림이 된 이들 지역을 다시 한번 돌아볼까도 생각했다. 옛 이름 ‘봉산’인 장기는 유배지라 많은 인물이 머물렀기에 천리 밖에서 남은 생애를 보내는 선비의 탄식도 들었다. 대형 스크린의 한시를 읽으며 창작가곡과 함께 피아노 플루트 첼로 바이올린의 선율 또한 고급 창작 문화를 체험하게 했다.

우리 지역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잇고 문화유산을 계승하고자 앞으로도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다양한 공연을 창작, 기획하여 격 높은 예술문화 콘텐츠로 시민의 문화생활을 풍요롭게 하고자 다짐하는 이항덕 단장과 알스노바종합예술단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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