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민규 경상북도사립학교장회 회장 김민규<br/>경북도내 170여 개 회원교 함께<br/>사립학교 정체성 회복 역점 두고<br/>장학사업·교육 자료보급 등 힘써<br/>건학이념 따른 인재 채용과 육성<br/>사립 만의 자주성·특수성 보여줘<br/>획일적 통제보다 자율성 키워야<br/>4차산업혁명시대 교육에도 변화<br/>입시 위주의 정제된 지식 벗어나<br/>인문학 기반 창의적 사고가 중요
“교육 환경과 정책에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학부모, 교사뿐 아니라 현장을 잘 아는 학교장의 견해도 필요합니다. 경상북도사립학교장회는 달라지는 교육 환경에서 학생과 학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제안하겠습니다.”
지난 6월 경상북도사립학교장회 회장으로 취임한 김민규 포항예술고 교장은 교장회의 으뜸 역할로 교육부 정책의 미흡함을 채워주는 ‘보조자론’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예전에는 일반고에서 입시가 가장 중요했지만, 이제는 패러다임이 바뀌어 학생과 교원이 행복한 게 더 중요하다”며 “사립학교는 무엇보다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 언제나 찾아가도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는 편안함이 최대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김 회장을 만나 사립학교의 교육 환경 등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경상북도사립학교장회는 어떤 단체인가.
△대한사립학교장회(중앙회)는 창립 100주년이 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교육단체다. 1919년 3·1만세운동 당시 민족교육에 앞장섰던 사립학교 교장들이 뜻을 함께해 창립한 단체로서 대한민국의 힘들었던 근세사와 맥락을 같이 하며 성장해왔다. 전국단위의 유일한 사립학교 간 조직이며 모든 사립초중고학교장이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광역시도별로 16개 지회가 설치 운영되고 있는데 경상북도사립학교장회가 여기에 속한다. 경상북도사립학교장회는 현재 도내 170여 개 사립학교를 회원교로 하고 있다. 주요 사업으로는 본회 목적에 따라 사립학교 진흥 발전에 관한 일과 회원의 연수 및 복지, 또 학생 장학사업, 교육 도서 및 교육 자료보급에 관한 일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임기 2년 동안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지난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상북도사립학교장회의 활동도 예외 없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6월 총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사립학교의 정체성 회복과 발전은 물론 회원들 간의 상호 소통과 친목 강화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각 회원의 연수와 복지는 물론 회원 교를 대상으로 모범학생 표창 및 장학금 지원, 소속 교직원들에 대한 포상과 연수 확대, 각 지구별 인화 단결을 위한 협의회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을 추구하고자 한다. 특히, 사립학교의 존재가치와 정체성 회복에 역점을 두고, 미래 인재 양성에 있어서 다양성을 갖춘 사립학교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그 당당함을 키워갈 수 있도록 회원들의 역량을 모으고 유관 기관단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도록 하겠다.
-지난 3월 개정 사립학교법이 시행되면서 교육 현장에선 사립학교의 정체성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연이은 사립학교법 개정이 획일적으로 사립학교를 통제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이번 개정사학법에 사립학교 신규교사 채용 시 공립 임용시험을 통해 선발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다.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특수성은 각 학교의 건학이념을 잘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는 적합한 우수 인재를 채용하는 데부터 시작한다. 사학비리는 당연히 형사처벌로 엄벌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학교의 문제를 침소봉대(針小棒大)하여 사립학교 전체의 인사권을 박탈하고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의문이 든다. 개정된 법은 또한, 그동안 자문기구였던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를 심의 기구로 격상시키고 정당인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학운위가 심의기능을 갖게 돼 사안에 따라서 재단이사회와 서로 충돌과 다툼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 그리고 정당인의 참여 보장으로 혹여나 정치적 영향력이 학운위 의결과정에 작용한다면 그동안 지켜온 학교의 중립성과 순수한 교육적 이념이 침해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학 법인을 중심으로 지난 3월 개정사학법에 대한 위헌 심판 청구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황이다.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교육 환경 여건은 어떤 차이가 있나.
△의무교육과 평준화 정책, 무상급식 등이 이루어지면서 교육 환경도 외형적으로는 ‘평준화’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교육 환경의 차이를 말한다면 가장 기본적으로 교원의 근무 형태에 있다. 아시다시피 공립학교 교직원들은 잦은 인사이동으로 학교와 학교가 속한 지역의 특수성을 빠르게 이해하기 어렵고, 중장기 교육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반면, 사립학교는 소속 학교의 건학이념에 따라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지역적 특성을 이해하고 연대하여 지속적으로 교육활동을 펼쳐 나감으로써 보다 안정감 있는 교육활동을 전개해 나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사립학교의 자주성과 특수성은 무엇인가.
△사립학교는 공립학교와 달리 각 학교마다 다양한 건학이념, 설립목적 등이 명시되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것을 특수성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특수성을 구현하기 위해 학교마다 그에 맞는 가장 적합하고 유능한 교직원을 채용하고 학생을 선발하여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운영하는 것을 자주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재정지원을 이유로 사립학교의 공공성 강화 목소리만 커지면서 사립학교의 자주성과 특수성이 희미해져만 가는 게 현실이다. 사립학교에 대한 재정지원은 국가의 ‘평준화 정책’ 시행으로 인한 수업료 동결에 따른 당연한 일이다. 지원되는 재정 모두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전적으로 돌아가는 것임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교육 당국에서 무리하게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 등 사립학교의 다양성을 말살하고 획일적으로 공립화, 평준화 시키는데 매몰될 것이 아니라 자율성을 확대하고 지원하는 게 옳다.
-사람들이 사학재단을 대부호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사학재단을 설립하지 않았으면 대부호가 되었을 것이다. 공교육이 전무했던 어려운 시절 교육 일념으로 자신의 거의 모든 재산을 출연하여 학교를 설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학 경영자들이 일을 다 해야 하고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재단에서 전적으로 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권에서 또, 언론에서 일부 사학에서 자행된 비리를 근거로 사립학교 전체를 사욕을 위해서 재단을 운영하는 잠재적 범죄자 집단으로 매도하고 적폐 청산 대상으로 이미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나라에서 사학재단 설립과 경영으로 부자가 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사립학교가 사회적 공기로서 공적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사립학교는 이미 지나칠 정도로 공적 기능이 강조되어 운영되고 있다. 외국처럼 사립학교가 특정한 사람들만, 부유한 계층의 사람들만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사립학교가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평준화 정책 아래 학생선발권 없이 학생들이 배정되어 국가교육과정에 준하여 운영되고 있다.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재정지원을 빌미로 정책 준수를 강요하고 따르지 않는 학교에 대한 재정지원을 제한함으로써 사립학교들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는 공적 기능을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사립학교에 대한 재정지원이 선택사항이 아니라는 인식을 바로 하고 지원을 더 강화해 나가야 한다.
-김 회장이 그리는 바람직한 학교는 어떤 학교인가?
△우리나라 교육 성장의 원동력은 어느 나라도 따라오지 못할 부모들의 교육열이다. 하지만 그러한 과도한 교육열로 인해 오로지 입시에만 매몰되어 교육의 정상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바람직한 학교란 ‘배우는 학생과 가르치는 교사가 모두 만족하며 웃으며 다닐 수 있는 학교’라고 생각한다. 교수학습 방식에서도 입시 위주의 정제된 지식을 잘 가르치는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학생들이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분별하고 얻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갈등이 첨예한 시대에 학교에 속한 구성원 모두가 서로 잘 소통하며 공동체 의식을 갖고 함께 나아가면 좋겠다.
-4차 산업혁명시대 교육적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AI, 메타버스 활용 수업 등 교사들의 수업 방법과 유형에 큰 변화가 오리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미래형 교실 수업 운영을 위한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다양한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실 수업 개선 역량을 속도감 있게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인문학(독서)교육을 강조하고 싶다. 인문학, 특히 고전을 통한 지식의 숲 안에 급변하는 단기적인 지식을 접목한다면 미래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인 사고가 일어나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대 간의 단절도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 학생들이 올바른 지식을 분별하는 능력을 갖추고(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문해력)) 인문학과 서로 융합하여 새로운 창의적인 모델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미래 학교 교육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