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대표 사진작가 김훈, 내달 11일까지<br/>꿈틀로 space298 ‘수려한 시절’ 사진전<br/>지역 주물산업 소재 서정적 표현 눈길 끌어
포항의 대표 중견 사진작가 김훈(62)의 사진은 한 편의 담백한 파노라마 영화다. 세상과 세상의 생명 현상을 눈과 마음으로 다시 담아낸 이야기가 있는 영화 같은 사진이다.
그 깊은 여운과 울림에 취해볼 수 있는 김훈의 사진전 ‘수려한 시절’이 오는 12월 11일까지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에 위치한 기획형 예술프로젝트 공간인 space298에서 열린다.
지난 2019년 12월 아홉 번째 개인전에서 적외선 카메라로 담은 경주 계림숲의 느티, 회화, 버드나무 등 활엽 노거수 적외선 촬영 작품을 통해 사진예술의 쓰임과 역할, 영향력을 새롭게 향상해온 그는 이번에도 같은 맥락의 사진 160여 점을 선보인다. 그러나 이번 전시엔 나무 풍경 사진은 없다. 주로 포항의 주물 산업을 서정적으로 포착한 연작 시리즈다.
김훈은 포항이 근대산업 도시이자 해양도시로 성장하는 발판이 된 주물 산업의 태동과 그 역사를 소재로 삼았지만, 사진에 나타난 모습은 고요하고 서정적이다. 작가는 예부터 포항의 해양 관문 역할을 해온 동빈항이 포항의 주물 산업을 상징한다고 보고 이곳 일대의 천봉특수금속의 주물 생산과정을 비롯해 철물공장 거리, 철물점 현황, 동빈의 폐선(廢船) 터, 목형과 목형이 주물로 탄생하는 제작과정 등을 컬러 사진에 표현했다.
포항 주물의 역사와 생태계를 기록적 태도로 시작한 전시여서 기록 성격의 사진, 다큐멘터리 성격의 사진, 유형학적 접근 사진, 크리스탈 시간 미학적 이미지로서의 사진 등 다양한 사진 미학이 동원된 사진 작품들이어서 더욱 고요하고 심오하다. 이것이 곧 김훈 사진의 매력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재)포항문화재단의 ‘2022 포항문화예술지원사업’ 시각예술 분야 집중지원에 선정된 프로젝트형 기획전시의 일환으로 촬영했다. 식민 이후 우리나라 독립 과정에서 포항이 근대산업 도시이자 해양도시로 성장하는 발판이 된 주물 산업의 태동과 그 역사의 현장을 앵글을 통해 되살려낸 것이다.
그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동빈항을 둘러싼 다양한 주물 업체들의 파노라마로부터 철커덩거리는 철물들의 소리가 공명돼 퍼져나오는 듯 장엄하다. “단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상상력을 고무하는 작업”이라는 이상모 도시전략연구소장의 평대로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깊은 사색의 시간을 마련해 줄 것이다.
김훈 사진작가는 1988년 풍경시리즈 ‘Landscape 1’을 시작으로 그동안 열세 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2005년 동아국제사진전에서 최고상인 골드메달을 수상했으며 세계 3대 사진 공모전인 일본 아사히신문 주최 국제사진살롱에서도 3회 수상을 기록하는 등 포항의 대표 사진 예술가 중 한 명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