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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가 양성해 좋은 작품 쓰게 하고파”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2-11-29 19:13 게재일 2022-11-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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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작가 김이랑 <br/>문자는 문학의 도구… 작품 쓰려면 장르 불문 문장 먼저 익혀야<br/>사물과 현상을 나만의 시선과 철학으로 풀어내는 작품을 선호<br/>문학엔 정년이 없어… 작품 쓰고 가르치며 문하생들 지원할 것
김이랑 작가
김이랑 작가

“인터넷 시대, 누구나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올립니다. 누구든지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할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이랑 작가는 대구에서 활동하는 수필가이며 문학평론가다. 김 작가는 2년 전 감각적 글쓰기 실전서 ‘문장의 문학적 메커니즘’을 출간했다. 대개 작가는 작품집을 먼저 출간하는데, 특이하게 글쓰기 실전서를 먼저 내놓았다.

김 작가의 수상 경력은 화려하다. 수필에서 독도문예대전, 목포문학상, 천강문학상 등 10여 회다. 수필에 그치지 않고 소설로 농어촌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응용문학이라 일컫는 스토리텔링 부문에도 수상 경력이 다수다.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김이랑 작가는 대구에 ‘김이랑 문예창작실’을 열고 수필과 동화를 가르친다. 어떻게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할 수 있는지 그를 지난 28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왜 글쓰기 실전서를 먼저 출간했는가. 까닭을 듣고 싶다.

△문자는 문학의 도구다. 그러므로 문학작품을 쓰려면 장르를 불문하고 문장을 먼저 익혀야 한다. 그런데 문장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강의가 없다. 문학적 문장은 설명문이나 논술문과 다르다. 설명이나 논술은 낱말의 개념으로 독자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언어다. 시중에 나온 글쓰기 서적은 원론적인 말만 하고 이래라 저래라 지시만 한다. 더하여 기사나 칼럼을 쓰는 지침서가 많다. 수필강좌에서 문장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곳이 없다. 입문에서부터 문장의 기본을 배우지 못하니 몇 년을 써도 이런 문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은 서사를 서술하는 문장, 사실을 나열하는 문장, 대상을 설명하는 문장, 정보를 제공하는 문장, 주관을 진술하는 문장이다. 이러한 문장으로 쓴 작품은 수필답지 않다. 문장론으로 보면 수기, 칼럼, 일기에 가까운 어법인데, 서사문, 설명문, 논술문, 진술문은 낱말의 사전적 정의 즉 뜻을 중심으로 쓰는 글이다. 따라서 문장에 개념어와 관념어를 많이 쓴다. 개념어와 관념어는 뜻을 전달하는 언어다. 그래서 ‘문장의 문학적 메커니즘’을 먼저 출간했다.

 

-그러면 문학적 언어에 대해 말해 달라.

△사물과 현상을 보고 생각한 것은 개념, 느낀 것은 관념이다. 땀 흘리며 일하는 모습을 보고 ‘노동’이라고 생각하면 개념이다. ‘노동은 삶을 건강하게 한다’거나 ‘먹고 살기 참 힘들다’라고 느끼면 ‘관념’이다. 대상에 대한 개념과 관념은 생각을 뭉쳐놓은 덩어리다. 작가는 이 덩어리를 언어로 잘게 부수어 독자에게 보이게, 들리게, 만져지게, 느끼게 하여야 한다. 이 언어가 바로 감각적 언어, 감성적 언어, 회화적 언어, 창의적 언어다. 언어에서 문학과 비문학을 가르는 기준은 형상과 정감이다. 가지에 열린 잘 익은 사과를 볼 때 작가는 그 모습을 생생한 언어로 사진처럼 현상해야 한다. 그리고 열매에 대한 느낌을 감성적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김이랑 작가는 어떠한 작품을 지향하는지 듣고 싶다.

△다른 사람도 쓸 수 있는 글은 되도록 쓰지 않는다. 사물과 현상을 나만의 시선으로 보고 거기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나만의 철학으로 풀어내는 작품을 선호한다. 또한 붕어빵처럼 찍어낸 작품은 쓰지 않는다. 예술은 창작이며 독창성이 생명 아닌가.

소재에서 도출한 주제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구성이 있다. 그러면 각 작품의 구성법이 달라진다. 작품의 내용은 사물과 현상의 겉만 보지 않고 본질에 더 다가간다. 현상 너머의 진실을 발견해서인지 작품의 사유가 깊다는 평을 듣는다.

 

-작품집은 언제 나오는가.

△그렇지 않아도 묻는 분들이 많다. 보통 수필가들은 다작, 다책을 지향하지만, 나는 양보다 질을 지향한다. 그래서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연간 서너 편 정도인데, 다 모으면 작품집 한 권 엮을 분량은 된다. 내년에 책으로 묶을 예정이다.

 

-이력을 보니, 수필을 가르치면서도 동화작가도 양성하고 있다. 수필가가 동화를 가르친다? 궁금하다.

△시, 수필, 소설, 동화, 스토리텔링 모두 공부했다. 모든 장르를 알면 좋을 것 같아서인데, 지금 생각하면 잘한 선택이었다. 실험 삼아 동화를 가르쳤는데, 문하생들이 신춘문예와 각종 공모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선생으로서는 문재를 발굴해 역량 있는 동화작가로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처음에는 내가 공부하고 가진 것을 전수한다는 차원이었는데, 결과가 좋으니 동화도 꾸준히 가르칠 생각이다.

 

-직장인이라면 은퇴할 나이다. 앞으로 어떠한 목표가 있는가?

△친구들이 다들 은퇴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은퇴가 없다. 문학에는 정년이 없지 않은가. 지금까지 다져놓은 기반이 있기에 활동은 오래 가지 싶다. 작품을 쓰고 가르치면서 문하생들의 문단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목표는 하나다. 좋은 작가를 양성해 좋은 작품을 쓰게 하여 수필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동화도 마찬가지다. 생애 남은 시간은 이러한 목표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생각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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