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가 만났다<br/>곽대훈 새마을운동중앙회장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정신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군 밑거름이다. 가난을 극복하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다시 새마을운동이 국민 생활에 활기를 되찾아주는 모멘텀이 되겠다며 시동을 걸었다.
곽대훈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은 “새마을정신은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삶의 근본”이라며 지금 시대정신에 맞는 새마을운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곽 회장은 사회갈등 해소와 공동체 의식 회복, 사회적 자본 구축을 통한 지구촌 공동 번영이라는 새마을 운동의 시대정신을 구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라는 경쾌한 리듬이 골목골목에 울려 퍼지고 마을과 빌딩마다 푸른 새마을깃발이 펄럭이는 대한민국을 꿈꾼다. 통합과 상생의 따뜻한 세상이다.
새마을운동으로 50여 년간 전국 각지서 지역사회개발·소득 증대·나눔 실천 등 성과
전국적으로 침체된 새마을지도자들 사기 진작·청년 참여 확대 공동체 정신 구축 필요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새마을정신… 현 시대정신에 맞는 새마을운동 펼칠 것
-새마을운동 하면 왠지 고풍스럽고 산업화시대로의 회귀 같다. 새마을운동의 시대정신은 어떤 것인가.
△새마을운동은 근면·자조·협동의 정신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에 밑거름이 된 국민운동이다. ‘잘 살아 보자’는 열망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 준 운동이다. 이런 정신에 나눔과 배려, 연대를 통한 사회 통합과 상생을 이루는 것이 새마을운동의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새마을운동이 경제적 선진국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모두 제 위치에서 스스로의 본분을 다하며 따뜻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새마을운동의 역할이다.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지 50년이 넘었다. 그동안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을 꼽나.
△1970년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전국 각지에서 주거환경 개선, 소득증대, 인프라 구축 등 지역사회 개발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돌봄과 나눔을 지속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는 전국 28만여개소에서 방역활동과 마스크 제작 배부, 성금과 성품 기부, 헌혈과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벌였다. 산불이 발생했을 때나 태풍 힌남노가 덮쳤을 때도 푸른 조끼 새마을 회원들의 공동체를 위한 솔선수범은 사회 통합을 선도했다. 1990년대 외환위기에는 새마을부녀회의 ‘애국 가락지 모으기 운동’이 금 모으기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2007년 서해안의 기름 유출사고 때는 실의에 빠진 지역민을 위로해 주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이 세계적,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것도 있나.
△물론이다. 오늘날 세계 경제 강국이 된 대한민국의 새마을운동 경험은 인류 공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정신적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5년 UNDP(유엔개발정상회의)에서는 빈곤타파 및 기아종식을 위한 최적의 수단으로 인정받았으며 2013년에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에 대한 정부 및 민간문서, 관련사진, 영상물 등 새마을운동기록물 2만2천여 건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그런 새마을운동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지금 왜 새마을운동인가.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시대적 위기와 국가 안팎의 격변은 새마을운동에 대한 담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다시 새마을운동, 세계와 함께’라는 슬로건은 바로 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새마을운동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적 이상기후에 대해 새마을회원들은 대중교통 이용과 1회용품 줄이기 등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환경보전운동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환경부 등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 연대해 환경보전운동과 친환경문화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이웃이 사라지고 인정이 메말라가는 세태에서 새마을 사회안전망을 통한 공동체정신 회복에도 새마을운동은 역할하고 있다. 홀몸 어르신 돌봄에 앞장서고 다문화가정과 새마을회원들이 결연을 맺어 우리 사회에 정착을 돕고 있다. 구호가 아닌 직접 행동하고 실천하면서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중앙회장에 취임한 지 겨우 두 달이다.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나.
△지난 9월 29일 선거에서 당선된 뒤 그날 오후 2시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10월 5일 국정감사를 받았고 12일에는 10여개국 대사를 포함한 50여개국 지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지구촌 새마을대회’를 가졌다. 13일에는 전국 새마을지도자 1만여명이 참석해 대회를 열었다. 숨 가빴다. 지금은 중앙회 조직과 경영상태 전반을 스크린하고 있는 중이다. 새마을운동 중앙회의 재정상태를 구체적 사안별로 점검하고 있다.
-중앙회장으로 지금 새마을운동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침체된 조직에 사기를 불어넣는 일이다. 일 한 만큼 평가받아야 한다. 전국 지역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을 격려하고 사기를 북돋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 조직 내에서는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 중앙회의 사무직과 전국 시·도, 시·군·구 새마을회의 사무직, 그리고 새마을지도자들간의 소통을 통해 통합을 이뤄내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전국 새마을지도자 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에 큰 관심을 표시하면서 곽 회장이 제시한 사회갈등 해소와 공동체 의식 회복, 사회적 자본 구축을 통한 지구촌 공동 번영이라는 새마을운동의 비전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새마을운동 지도자들을 격려하시고는 “새마을운동 정신의 밑바탕인 자유와 연대의 정신을 살려 국민통합과 질서 회복을 위한 국민정신으로서 세대와 지역, 계층을 넘어 보편적 가치를 실천해 달라”고 당부하셨다. 대통령의 참석도 뜻밖인데다 오찬까지 함께 했는데 특히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며 새마을운동의 방향까지 제시해서 깜짝 놀랐다. 나중에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최외출 영남대 총장으로부터 새마을운동에 대한 과외공부를 하신 것을 알았다. 저도 영남대 총장실에서 1시간30분 동안 최 총장의 새마을 특강을 들었다. 국가지도자급 전문 인력은 대학에서 양성하면 새마을운동중앙회는 행동으로 실천하겠다고 했다.
-새마을운동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젊게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한 것 같다.
△새마을운동 조직을 보다 젊게 만들기 위해 전국 65개 대학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58개 대학에 대학새마을동아리를 결성해 새마을운동의 질적 변화를 이루어나가고 있다. 요즘 청년들은 뉴트로, 복고문화에 관심이 많을 뿐 아니라 삶의 가치를 매우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과거 근면 자조 협동을 실천 덕목으로 한 새마을정신이 캠퍼스에서 공동체 정신을 구축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구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전 인류의 과제인 환경보전은 물론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 만들기에 청년들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국 대학새마을 동아리 학생들은 지역별 특색에 맞춘 활동을 포함해 농촌 일손돕기, 소외계층 돌봄, 환경보전운동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동아리에서 활동한 학생들이 사회인이 돼 새마을운동으로 참여가 이어지게 되면 새마을운동이 자연스럽게 젊어질 것이고 나아가 새마을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마을운동의 정신인가, 경제적 사회적 정책인가.
△지금 우리 사회는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으로 자유와 민주주의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그로 인해 공동체 결속은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으며 국가 발전의 저해 요소가 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 재난과 재해도 급증하고 식량안보와 에너지 위기까지 고조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현실에 처한 지금이야말로 수많은 국가적 시련과 역경을 극복해 온 새마을운동의 위대한 저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갈등해소와 공동체 의식 회복을 위한 ‘사회적 자본 구축’, 지속 가능한 발전을 통한 ‘지구촌 공동 번영’을 위해 구호가 아닌 실천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새마을운동의 역할일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새마을운동에 대한 인식은 어떨 것이라고 보나.
△몇 년 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가장 기여한 업적이나 정책’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새마을운동이 1위로 지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거국적인 근대화 운동이 새마을운동이고 국민의식개혁과 국가발전에도 새마을운동이 원동력으로 크게 기여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새마을운동 중앙회는 ‘친환경문화의 조성’, ‘공동체 정신 함양’, ‘지구촌 공동 번영’을 중점 추진하고 세대간 공감과 소통을 위한 MZ 새마을운동을 활성화하여 더 젊고 활력이 넘치도록 질적 변화를 만들어 낼 계획이다.
-새마을운동의 세계화는 어떻게 진전되고 있나.
△기아와 빈곤 탈출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발전 모델로서 국제사회에서도 새마을운동이 널리 인정받고 있다. 현재 많은 나라들이 새마을운동 노하우를 전수받기를 원하거나 시범마을의 추가 지정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 10월 새마을운동 중앙회를 방문한 탄자니아 총리도 한국의 새마을운동 노하우와 농촌개발 경험을 자국에 적극 추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올해 10개국 42개 마을을 ‘새마을 시범마을’로 조성했다. 지난 2016년 세계 46개국의 새마을회를 하나로 연결해 새마을운동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지구촌 곳곳의 새마을 회원단체들이 연대해 자립적 공동체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새마을운동글로벌리그(SGL)도 창립했다.
-새마을운동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대구시 국민운동지원과장으로 새마을운동과 인연을 맺고 도시 새마을운동 활성화와 미래지향적 발전방향을 고민했다. 달서구청장 재직시 회관 건립을 지원했으며 국회의원으로 새마을운동조직육성법 개정법률안을 공동발의하는 등 새마을운동에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정치인 곽대훈으로서 성과와 후회되는 일은 어떤 것이 있나.
△당선되자마자 탄핵 정국으로 의정활동에 의욕을 가졌으나 소신대로 펼칠 수가 없었다. 초선그룹 모임인 새벽을 만들어 활동했고 등원 초기엔 강성 발언도 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당의 시스템이 붕괴돼 버리더라. 그러면서 당내 리더들을 중심으로 그룹이 형성됐고 어느 쪽에도 가담 않은 독립군처럼 외톨이가 되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이곳저곳 기웃거릴 수도 없었고 부른다고 다가갈 수도 없었다. 산업통상위원회에서는 지난 정권이 거세게 몰아붙이는 탈원전 정책에 맞서 분투했다. 특히 대구의 성서산업단지를 활성화하려 노력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아쉽다.
-이제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이 됐다. 정치와는 어떻게 관계를 설정하려 하나.
△새마을운동에는 여·야가 없다. 다양한 경험을 살려 새마을운동이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도록 노력할 뿐이다. 지금 전국 시·도별로 진행되고 있는 새마을지도자대회마다 참석해서는 단체장을 만나 새마을운동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도와주겠다고 약속하더라. 특히 호남쪽 새마을지도자 대회에서는 그곳 단체장으로부터 새마을운동을 적극 지원해 주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이경우 편집위원
□ 곽대훈(郭大勳·67)
대구 출신. 경북고. 고려대 행정학과 졸.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수료.
제22회 행정고시 합격.
대구광역시 행정관리국장, 달서구 부구청장을 거쳐 민선 달서구청장 3연임. 제20대 국회의원(대구 달서구 갑, 새누리당).
달서구청장 재임 당시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대상과 국가생산성 정보화 부문 대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오랜 공직 생활을 통해 인증받은 진중하면서도 빈틈없는 지장(智將)형 리더십의 소유자다. 온정주의에 빠지지 말라며 늘 기본을 강조하고 사소한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야 큰일도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선출직 국회의원까지 했으니 스스로 복이 많다고 위로하면서 회원들이 신바람 나게 사기를 올려주고 시대가 요구하는 새마을운동으로 분열된 우리 사회를 통합하는 새마을운동을 벌이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