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채현 동화작가<br/>“어린이들의 독서 습관 기르려면 ‘재미있는 동화’로 시작<br/> 아이 의견 존중·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자기주도적 삶<br/> 책 읽기 통해 사랑과 존중하는 마음 익혔으면 하는 바람”
“급변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 중에 창의성은 으뜸으로 손꼽힙니다. 창의성을 기르는 데는 독서만 한 것이 없습니다. 독서의 중요성을 알아도 꾸준히 독서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독서는 습관입니다. 어릴 적부터 책 읽는 연습이 되어야 합니다. 재미있는 동화는 어린이 독서 습관을 기르는 마중물이 되어 줄 것입니다”
박채현 동화작가는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너라도 그럴 거야’로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황금펜아동문학상 등 수상 이력도 빛난다. 지난해 첫 동화집 ‘냄새 폭탄 뿜!뿜!’(한솔수북)에 이어 지난달 ‘아이 돌보는 고양이 고마워’(봄마중)를 발간했다. 두 권 모두 동화 문단의 주목을 받는 작품집이다. 지난 20일 박 작가를 만나 두 번째 동화집에 관한 이야기와 포부를 들어봤다.
-이번에 발간한 동화를 소개해달라.
△신간 ‘아이 돌보는 고양이 고마워’는 바쁜 엄마를 대신해 돌보미로 고양이가 온다. 돌보미 고양이 ‘고마워’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야기에는 인간에게 잘 보여서 편히 살고 싶은 고양이와 스스로 살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고양이, 그 둘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고양이들이 나온다. 옳고 그름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그 가치가 서로 다르지 않다. 사랑과 배려도 대상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고양이는 고양이답게, 개는 개답게, 동·식물이 살아가는 고유의 방식과 개성을 최대한 살려 각자 자기 삶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과 배려일 것이다. 어린이를 돌볼 때도 마찬가지다. 어린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어린이가 스스로 옳은 일을 선택하도록 지켜봐 주는 일은 어린이를 자기 삶의 주인으로 키우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동화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현실의 제약과 문제를 보게 되면 어린이에게 재밌게 전하는 방법을 먼저 생각한다. 그 도구가 동화다. 주인공의 문제를 천사나 도사가 나타나 해결해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주인공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그 과정에서 어른과 주변 사람들이 주인공을 거들어주면 좋을 것이다. 책 읽기를 통해 어린이가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익혔으면 좋겠다. 우리 안에서 희망과 용기를 찾고 옳은 길을 찾길 바란다. 그런 생각을 이끄는 일이 동화의 역할이고 동화작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동화의 소재는 어떻게 찾나?
△동화책을 구매하는 사람은 어린이의 부모나 선생님 등 어른이다. 어린이의 취향 또한 어른이 조율하는 셈이다. 공주, 왕자 대접을 받으며 살아도 어린이는 약자다. 힘만 어른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의견도 피력되기 어렵다. 어린이는 함께 사는 어른들의 태도 따라 환경의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적응하고 맞춰야 한다. 그래서일까 어린이는 동화 속의 등장인물 중에도 작고 힘없는 존재에 감정이입 하는 경우가 많다. 작고 힘없는 존재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장면에서 어린이는 환호와 응원을 보낸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힘없는 주인공과 더불어 독자인 어린이도 함께 생각이 자라게 된다. 그걸 알기에 작은 것들의 가치를 눈여겨보려고 한다. 동화의 소재를 찾을 때도 그렇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게 되는 존재의 가치를 따져보려고 노력한다.
-그렇다면 즐겁고 아름다운 꿈같은 이야기가 동화인가?
△사람들은 기적이나 낭만적인 일을 두고 동화 같다고 한다. 동화에서 판타지 세계와 현실을 오가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과 독자를 판타지 세계로 안내해 그곳에서 신기한 경험을 하고 현실에 얽매인 주인공을 숨통 트이게도 한다. 그렇다고 날마다 기적이 일어나고 현실과 동떨어지게 이야기를 끝내진 않는다. 주인공과 독자를 판타지 세계로 도피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돌아와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판단을 하고 행동하도록 유도한다. 동화에서 주인공이 판타지 세계를 여행하더라도 반드시 현실로 돌아오는 까닭이다. 동화는 철저히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어떤 동화가 좋은 동화인가.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도 지루하게 읽힌다면 뜻을 전달할 수 없다. 재미없는 이야기를 끝까지 읽기란 어른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동화는 이야기가 재밌고 솔깃해야 한다. 동화에 쓰이는 언어는 재치 있으면서도 품격있어야 한다. 쉬운 말로 쓰이더라도 그 속에 삶을 바라보는 철학과 진리가 담겨야 한다. 재미에 치우치면 철학이 부족해진다. 두 가지가 조화로운 작품이 좋은데, 그런 작품을 쓰기가 쉽지는 않다.
-앞으로 계획이 있는가?
△새로운 동화책 두 권이 곧 발간된다. 그러면 조금 바빠질 것 같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표작이자 인생작을 써보고 싶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사랑받는 동화를 쓰고 싶다. 작가이므로 그런 욕심은 부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