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성주희 동화작가<br/>장편 동화 ‘행운 상자를 개봉하시겠습니까?’ 출간<br/>주인공 별하의 행운 자판기 통해<br/>물질보다 인간관계 속에서 얻는<br/>진짜 행복한 가치 소중함 녹여내
“동화 속 주인공들은 고난과 실패를 겪더라도 다시 일어섭니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현실을 살아낼 지혜와 힘을 얻습니다. 책에 몰입하면 다른 사람의 감정과 경험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꾸준한 독서야말로 공감 능력을 기르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입니다.”
성주희(43) 동화작가가 최근 장편 동화 ‘행운 상자를 개봉하시겠습니까?’(밝은 미래)를 출간했다. 대구에서 꾸준히 작품을 창작해온 성 작가는 지금까지 다섯 권의 동화집을 펴냈다. 2017년 등단 이후 매년 한 권씩 책을 출간한 셈이다.
지난 3일 성 작가를 만나 동화 창작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1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2019년 소천아동문학상 신인상을 받았다. 특히 2021년에 발간된 ‘걱정을 없애 주는 마카롱’은 서울시 동대문구에서 책 읽기 도서로 선정됐다. 임정진 동화작가가 주는 ‘청연당 밥상’에도 선정되는 등 좋은 소식이 연이어 들린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성장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전에는 아이를 돌보는 일 이외에 다른 일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아들과 딸이 학교와 유치원에 가면서 오전에 나만의 시간이 주어졌다. 아이들이 집에 오는 때를 마감 시간으로 정하고 오전에는 무조건 글을 읽거나 썼다. 마감 시간이 있으니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재능이 있다면 ‘성실함’과 ‘꾸준함’이다. 동화집은 꾸준히 노력한 시간의 축적물이다.
-상을 받고 책을 내기까지 실패와 좌절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지금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동화를 쓰고 있는가.
△공모전에서 떨어질 때도 있다. 출판사에 투고했지만 반려당할 때도 있다. 그렇더라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동화를 쓰는 일은 즐기면서 걷는 산책이라 생각한다. 순간순간의 기분에 좌우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즐기면서 걸어가는 길. 이 길이 즐겁지 않다면 벌써 그만두었을 것이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때도 있지만, 그것은 일어나는 연습이다.
‘아, 넘어질 때는 손을 이렇게 짚어야 하구나!’라며. 모든 경험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이는 동화에 바로 적용된다. 동화 주인공 역시 실패에서 일어나는 법을 배운다. 독자가 동화를 읽고 감동하는 지점도 그런 부분이다. 주인공이 실패하더라도 독자는 주인공을 응원하면서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
- 첫 책을 제외한 나머지 네 권이 모두 판타지 동화다. 소천아동문학상 신인상을 받은 ‘우리 아파트 향기 도사’(함께자람)는 ‘냄새 능력자라는 기발하고 색다른 소재로 아이들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사회적 갑을 관계를 판타지 기법으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수작이다’라는 심사평을 들었다. 판타지 동화를 즐겨 쓰는 이유는.
△어렸을 적부터 공상에 빠져 있거나 특이한 생각을 자주 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생각을 기승전결을 잘 갖춘 이야기로 써내니 판타지 동화가 되었다. 동화 속 주인공은 고난과 어려움을 겪지만, 판타지 세계에서 고난을 이겨낼 힘을 얻는다. 판타지는 단순히 현실의 도피처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힘을 얻는 원천으로 볼 수 있다. 판타지 동화를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다. 요즘 길거리에서 어린이들을 볼 때면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걷는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바쁜 아이들이 가장 빠르고 간편하게 현실을 잊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다가 집에 가서 재미있는 동화를 읽는 상상을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판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쓴웃음이 나온다.
-최신작 ‘행운 상자를 개봉하시겠습니까?’는 제목이 매력적이다. 소재도 재미있다. 재미에만 그치지 않도록 어떤 메시지를 담았는지.
△이 책의 주인공 별하는 내가 원하는 물건이 들어 있는 행운 상자를 뽑을 수 있는 자판기를 알게 되지만 정작 내 옆에 있는 친구와 멀어진다. 물질보다 인간관계에서 얻는 행복의 가치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어린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유튜브 ‘언박싱’에 녹여내 전달하고 싶었다. ‘인생은 한 방’, ‘대박’ 같은 표현들이 넘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진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독자의 피드백은 어떤가,
△책을 출간한 이후에는 독자들의 피드백을 눈여겨본다. 피드백에도 동심이 그대로 녹아있다. 하나씩 읽다 보면 아이들과 손을 잡고 산책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더 즐겁다.
-동화를 쓰면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슬슬 동화책과 멀어진다. 그런데 고학년 남자 어린이들이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일 때가 기쁘다. 또한 부모가 책을 읽은 후 자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리뷰를 볼 때도 보람을 느낀다. 내가 쓴 동화가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화의 물꼬를 터주는 촉매가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도 공감할 수 있는 동화를 쓰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