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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풍부한 도시 포항, 첨단예술도시로 성장하길”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01-08 19:22 게재일 2023-01-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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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br/>프랑스 레 마신 드 릴 총괄 아트 디렉터 프랑소아 들라호지에르
레 마신 드 릴이 제작한 대형 용마가 프랑스 툴루즈 거리에서 공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레 마신 드 릴이 제작한 대형 용마가 프랑스 툴루즈 거리에서 공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살기 위한 도시에서 살고 싶은 도시’로의 전환, 어떻게 하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지난 2020년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포항시는 문화산업 도시로의 새로운 도시 브랜드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문화, 관광, 경제, 교육 등 다양한 직·간접적 파급효과를 이끌어내고자 최근 세계적 문화예술의 나라 프랑스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국제 컨퍼런스를 열어 눈길을 끈다.

‘2022 문화도시 포항 해양 그랜드마리오네트 거점구축 사업’을 주제로 한 이날 컨퍼런스는 포항시 출자·출연 기관인 (재)포항문화재단이 지역 문화산업 생태계구축 전략의 핵심으로 꼽는 프로젝트다. 재단은 바다를 주축으로 한 조형 작품을 활용하는 공연과 축제 등을 통한 새로운 도시 브랜드 구축과 문화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실질적 프로젝트 실행의 초기 단계에 있다. 앞으로 R&D와 주제 확장을 더해 참여, 향유, 유통, 매개라는 기능이 생겨나 이를 통해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경북매일은 포스코 체인지업그라운드 포항에서 열린 컨퍼런스를 찾은 프랑소아 들라호지에르 프랑스 레 마신 드 릴(Les Machines de l'Ile)의 총괄 아트 디렉터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들라호지에르 디렉터는 프랑스 낭트시를 ‘유럽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재건한 주인공으로 꼽히는 저명한 예술가(기계 설계자)다.

그는 “포항은 영감이 풍부한 도시다. 포스코와 항구, 다양한 물고기 등 문화도시로의 성공을 위한 소재들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포기하지 말고 꼭 첨단예술도시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레 마신, 옛 조선소 부지에 거대 마리오네트 테마파크 ‘마신 드 릴’ 조성

시민·관광객 모두 함께하는 도심 거리공연으로 흥겨운 화합의 정서도

공공·민간 결합 속 예술을 기초한 도시재생 사례 성공적 모델 평가 받아

-이번 컨퍼런스에 참가한 의미를 부여한다면.

△최근 도시재생이 우리 주변의 큰 이슈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상업은 활기를 잃고, 젊은 사람들은 직장과 좀 더 싼 주택 마련을 위해 떠나간다. 도시재생이 주목받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쇠퇴하는 도시에 대한 치유의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정부와 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책무가 막중해졌다. 포항시가 지역의 고유한 문화자원으로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이번 컨퍼런스와 같은 행사를 통해 해외 선진 사례를 연구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레 마신의 사례가 한국의 문화도시 포항을 넘어 세계적 첨단예술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레 마신은 세계적으로 도시재생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레 마신은 프랑스의 대표적 문화산업이며, 90년대 로열 드 뤽스(Royal de Luxe)의 거리예술단체 라 마신(l’association La Machine)으로 출발해 마리오네트(marionette·인형)를 대형화하고 기계화한 비영리예술협동조합이다. 마르세이유 미술학교를 졸업한 나를 비롯하여 기계 공학도와 공연 예술팀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움직이는 기계의 예술과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그들의 능력을 탐구하고 있다. 살아있는 기계들을 통해 우리는 공공 공간 도시를 꿈꾸고,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낭트시와 툴루즈시에 거점을 두고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데 공공과 민간의 결합 속 예술에 기초한 도시재생 사례의 성공적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레 마신은 프랑스 주요 도시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수출되고 있는 문화산업 그 자체로서 작품 제작과 작품을 활용한 공연과 축제, 그리고 제작 거점의 공원화로 다양한 수익모델과 파급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옛 조선소와 공장에서 세계 최고의 기계 동물 테마파크로 재탄생한 레 마신 드 릴의 명물 기계 코끼리 ‘르 그랑 엘레팡’.  /연합뉴스
옛 조선소와 공장에서 세계 최고의 기계 동물 테마파크로 재탄생한 레 마신 드 릴의 명물 기계 코끼리 ‘르 그랑 엘레팡’. /연합뉴스

-레 마신의 그동안 성과는 무엇인가.

△낭트시가 2003년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레 마신이 제시한 낭트섬 종합계획안내도를 채택하면서 옛 조선소 부지가 있던 낭트 섬(île de Nantes)에 ‘마신 드 릴(Machines de l’ile·기계 섬)’이라는 이름의 테마파크를 조성했다. 이곳에 공장의 부속품들을 모아 거대한 기계 동물과 놀이시설을 짓고, 빈 건물들은 실험장과 전시장으로 변신시켰다. 특히 40t의 철근과 목재로 만든 높이 12m, 무게 48t의 대왕 기계 코끼리 르 그랑 엘레팡(Le Grand Elephant) 등위에 올라앉아 낭트 시내를 조망하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한 해 유료 방문객만 80만 명에 달하는 낭트는 도시재생 사업으로 인해 ‘유럽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튤루즈 거점인 할레 드 라 마신(Halle de La Machine)은 연간 30만 유로의 공공재원이 투자되어 15만 유로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예술가와 시민을 포함한 일자리 창출 효과, 축제와 공연을 통한 간접효과는 도시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12m 높이의 움직이는 대형 용마(dragon-horse)가 정교한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데 입과 코로 불과 연기를 내뿜으며 거리 공연도 한다. 동화책이나 영화에서 보던 장면에 사람들은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만져보기도 하고 환호한다.

-도심 내지 거리에서의 공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면.

△거리 공연의 가장 큰 장점은 용이나 코끼리가 다세대 주택에 물도 뿌리고 연기도 뿜어내면서 거리 전체를 흥으로 넘치게 한다. 이동이 힘들어서 집 안에서 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찾아가고, 거리에서 같이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함성을 전해준다. 한 도시에서의 거리 공연이지만 그것이 함의하는 바는 도시와 국가의 아픈 역사와 불완전한 현재 정치를 모두 같이 부대끼면 함께 하는 사람들의 흥겨운 정서로 아우른다는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프랑소아 들라호지에르 프랑스 레 마신 드 릴 총괄 아트 디렉터
프랑소아 들라호지에르 프랑스 레 마신 드 릴 총괄 아트 디렉터

즉 거리 공연은 모두의 흥을 돋운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공연은 무엇보다 시민들 뿐 아니라 그 도시를 거쳐 가거나 방문하는 모두, 심지어 집 안에서 창문만 열 수 있는 사람들까지도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이 공연에 무료로 그리고 흥겹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럼으로써 화합의 정서를 발생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포항에서 프로젝트를 하면 어떤 것이 어울릴 것인가.

△라 머신에서 이야기하는 공공적 예술은 단지 시민들이 직접 예술작품들과 한데 얽혀서 걷고, 한데 부딪치며 흥겨운 화합의 정서를 일으키는 매개물이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런데 포항시에서는 바다 위에 배를 띄워 그곳에서 공연을 한다는 콘셉트라고 하는데, 시민으로부터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배’라는 콘셉트의 경우 자칫 시민이 멀리서 쳐다볼 수밖에 없는, ‘거리’를 만들게 될 수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앞으로 보다 치밀한 워크숍과 고민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포항은 그럴 역량이 충분하다고 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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