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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에는 아픔 끌어내 다독이는 힘이 있죠”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01-24 17:53 게재일 2023-01-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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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수필가 양태순<br/>재능 기부할 수 있는 방법 찾던 차에 포항시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과 연 닿아<br/>나름의 상처 가진 사람들 모여 서로 생활·감정 나누며 소통할 때 큰 보람 느껴<br/>이동에 불편 많은 장애인들 다양한 경험 누릴 수 있도록 교통복지 확대됐으면
양태순 수필가
양태순 수필가

“문학을 사랑하는 것은 화자가 들려주는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모든 장르의 문학이 혼자 읊조리는 독백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간절하게 전하는 고백이기도 하고 세상에 큰소리로 외치는 함성이기도 하다. 특히 시가 가진 함축성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특별하다. 시를 따라가다 보면 내 안의 슬픔, 분노, 억울함 등의 감정이 위로를 받는다. 시뿐만 아니라 문학은 우리 삶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이란 치료제로 장애인들의 몸과 마음을 보듬어 주는 양태순 수필가를 지난 23일 만났다. 그는 이전에도 문화의 외진 곳의 노인들을 찾아 어르신들의 삶을 시로 표현한 자서전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엔 장애인들과 시 작문 수업의 결과물을 모아 ‘詩, 희망을 노래하다’를 앤솔로지로 엮었다. 수록한 작품을 읽어보면 아픔 속에 간직하고 있는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문학이 주는 치유의 힘과 장애인 인식 개선에 대한 양 작가의 생각을 들어봤다.

 

-시 낭송 및 시 작문 치유 봉사에 열정을 쏟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느 정도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서 봉사에 관심을 가졌다. 내가 가진 재능으로 할 수 있는 봉사를 하고 싶다는 찰나에 우연히 포항시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과 연이 닿았다. 시는 아픔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끌어내어 다독이는 힘이 있다. 곱게 정제된 언어가 주는 미는 우리가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시원해지는 경험을 한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많은 분이 나름의 상처를 갖고 있고 풀어놓고 싶지만 들어줄 이도 많지 않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모여서 서로의 생활과 감정을 나누면서 소통의 공간이 되었으면 싶었고, 같이 시를 읽으면서 시 속에서 다양한 삶을 이해하고 상처를 치유받길 원했다.

 

-장애인 시 낭송&시 작문 교육은 언제 시작했나.

△2020년에 주 1회 2시간 수업으로 시작했다. 수업 시작할 때 거창한 마음으로 하지는 않았다. 시를 읽고 느낌을 나누면서 마음에 있는 것들을 다 쏟아내게 만들자, 전문가도 많지만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자, 그런 마음이었다. 시란 가슴에 다양한 사랑을 심는 것이다. 시인의 감정과 숨결을 공유하면서 내면에 숨어있는 감정의 정체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동안 일하면서 힘들거나 보람 있었던 일을 소개한다면.

△힘든 적은 없었고 순수한 마음을 접할 때마다 오히려 나를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보람 있는 일이라면 수업을 통해 성과가 나타났을 때다. 1명은 시집을 발간하였고, 2021년과 2022년 전국장애인문학공모전에 2명이 입상, 2022년 경상북도장애인문학제에서 1명이 입상하였다. 작은 상이라도 수상한 일은 감동이고 보람이었다. 연령층이 다양하지만 다들 수업을 좋아하고 결석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여서 감사하다. 그리고 서로를 격려하며 도전을 다짐하는 그들의 표정으로 인해 가족들도 행복해지리라 믿는다.

 

-교육 이후 장애인들의 반응은 어땠나.

△시 암송 숙제를 내주면 꼭 한다. 시 낭송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잠이 잘 온다고 하는 학생, 시 낭송을 하고 싶어도 발음이 어눌하고 시력이 좋지 않아 암송하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도 꼭 도전하고 싶다는 학생도 있다. 시 낭송은 소리 예술인 동시에 낭송하는 과정을 통해 희망을 노래하는 힐링의 시간임을 알게 된다. 시가 어렵다는 선입관에서 벗어나 마음을 표현하는 언어라는 사실과 말의 진정성이 갖는 힘을 더불어 알아가는 중이다.

 

-장애인들과 오랜 시간 생활하고 있는데 장애인에 대한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 것 같나.

△수업할 때 어떤 점이 가장 불편하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동행콜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대답이었다. 장애인종합복지관의 여러 프로그램을 이용할 때 주로 셔틀버스를 이용하는데 간혹 동행콜을 이용할 때 차량이 많지 않아 시간이 지체된다는 이유였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아직도 많은 장소에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카페를 가더라도 엘리베이터는 있어도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곳이 많고, 휠체어가 다니기에 불편한 턱도 적지 않다. 형식적이거나 결과 수치만 중시하는 시책보다 실생활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분들의 삶이 무기력한 외로움에 젖지 않고 사회의 일원으로 즐거움을 누렸으면 한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공통적으로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울고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길게 울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삶도 그런 것이다. 세상은 혼자가 아닌 모두가 만들어 가는 것이므로 내 역할도 있음을 안다. 앞으로도 동료들과의 관계 속에서 대회 참여 등 서로 힘을 불어넣어 주는 시간을 통해 자신감 회복, 자존감 고취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조금 늦더라도 옆에서 같이 걸으며, 아름다운 시를 읽으며, 마음이 풍성해지고 향기로운 꽃이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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