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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가곡여행

등록일 2023-01-26 18:18 게재일 2023-01-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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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지난 1월 17일, 25명의 가곡 동호인들과 10주간 즐겁게 노래했던 세계 가곡여행을 끝내고 나니 마음이 왠지 허전해지며 또 가곡여행이 기다려진다.

‘가곡여행? 어디로 어떻게 다녀왔는데….?’ 그러나 관광 여행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초, 포항문화재단 홈페이지에 ‘성악가와 함께 떠나는 세계 가곡여행’ 공지가 떴다. 포항시민을 대상으로 11월 15일부터 10주간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매주 화요일 2시간씩 성악가의 지휘로 우리나라 가곡과 함께 세계적으로 애창되는 노래를 배우는 교육문화 프로그램이다. 오전 오후 2개 반 25명씩 모집한다는 내용이어서 지인들과도 의견을 나누고 신청했더니 당첨, 물론 여행비는 무료였다. 마침 단풍 짙은 가을이 끝나가는 계절에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헛헛한 마음이었는데 가곡을 부르며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기뻤다.

5년 전 포항오페라단이 지원한 ‘가곡교실’에 참여하여 중앙아트홀에서 2년 4학기 동안 1주일에 하루, 성악가 두 분의 지도로 많은 가곡을 배우며 불렀던 모임이 있었다. 여태껏 듣기만 했던 가곡, 처음 불러본 가곡, 또 멋진 외국 가곡을 원어로도 불러보며 음악용어도 많이 배웠었다. 매 학기 말에는 발표회를 했었는데 나도 무대에 서봤던 참 재미있고 즐거운 교실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지원이 끊기고 중단되어 아쉬웠던 3년이 흘러갔었다.

이번 여행의 첫출발하는 날 오후, 포항시청 대잠홀로 갔었다. 입구에 놓여있는 명단 맨 아래에 내 이름이 있었고, 듬직한 악보집을 받고 연습실로 들어가니 여행객들 표정이 밝다. 인사하니 반쯤은 낯익은 분들이고, 대부분 5~60대인 듯, 70대도 있었다.

이번 ‘가곡여행’은 성악가 하형욱 교수가 지휘를 맡았고, 여러 성악가와 연주자들도 참여했다. 행사 개요가 적힌 푸른색 팸플릿을 보니 ‘학창시절 음악 시간에 배웠던 우리 가곡과 세계 유명가곡을 성악가와 함께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곁들여 감상하고 같이 불러보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2022 문화 취약지역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국고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하여 포항문예회관에서 포항 지역민을 위해 지원하는 행사였다.

첫날 정겨운 우리 가곡 시간에는 익숙하고 친숙하며 학창시절 다 함께 불렀던 노래 ‘가고파’, ‘선구자’등을 부르고 감상하니 가슴이 시원했다. 그 다음에는 첫사랑 등 신작 가곡과 영·미 가곡, 프랑스 샹송도 배웠고, 연말연시에는 이탈리아 칸초네, 독일 리트들을 원어로 부르기도 했다. 마지막 10주째 날에는 무대 위에서 중창도 하고 음악가들의 성악과 기악 연주를 들으며 환호했으며, 마지막으로 ‘푸니쿨리 푸니쿨라’를 합창하며 서로를 돌아봤다. 그렇게 화요일이면 기다려지는 가곡여행이었으나 아쉽게도 10주 만에 끝마치고 나니 여행객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귀한 추억을 남겨주어 감사하다.

이 멋진 가곡여행을 계속해 주기를 포항문화재단 등 관련 단체에 부탁드려본다. 예산이 어려우면 여행자들의 일부 분담을 고려하며 장소와 지휘 반주 등의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 새봄에도 가곡여행을 같이 떠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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