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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재난의 작은 신호

등록일 2023-02-23 18:07 게재일 2023-02-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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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최근에 나는 생각하지도 못한 큰일을 당했다. 자동차의 엔진이 고장 나버린 것이다. 사소한 신호를 가볍게 생각했고 또 무관심했던 것 같다. 얼마 전 시골길을 가는데 엔진 부위에서 툴툴거리는 작은 소음이 들려서 바퀴에 뭐가 끼었는가 하고 부근의 정비소에 가보려다가 다시 조용해지기에 도착하여 엔진 덮개를 열어보고 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서 그러려니 했었다.

저녁때 돌아오면서 속력을 좀 냈더니 소음이 심해졌다. 집 부근 카센터도 일찍 문이 내려져 있기에 아파트 주차장까지 끌고 와서 찬찬히 살피고 있는데 지나가던 이웃 분이 차의 소음을 들었는지 엔진이 못 쓰게 될지도 모른다면서 ‘절대 움직이지 말고 렉카를 불러 정비공장에 가세요’한다.

다음날 견인차를 불러 정비공장에 가서 진단을 받으니 엔진 오일의 고갈로 내부 손상이 심해서 엔진 전체를 교체해야 하며 요즈음은 부품 구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이 다니지 않았고 차량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나 보다. 얼마 전 계기판에 노란 경고등이 왔을 때 엔진 오일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는 주유할 때 엉뚱하게 엔진 세정제를 넣었고, 이후 빨간 불이 왔을 때도 냉각수만 채우고는 무심히 지났던 것 같다.

일주일 후 찾으러 갔더니 수리비가 엄청나다. 엔진 오일 30년은 넣을 수 있는 비용이다. 10년이나 타던 나의 애마가 몇 번이나 아프다는 신호를 보냈는데도 알아채지 못한 탓이다. 사소한 초기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방치하여 대형 사고를 자초한 것인데, 사람으로 말하면 가슴 아플 때 혈관주사라도 맞으면 될 것을 심장 이식수술까지 한 셈이다. 우리의 몸도 그렇다. 작은 통증을 느끼고도 ‘뭐 어때서? 설마….’ 하며 내버려 두면 심각한 중병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사태 불감증으로 처리를 미루는 동안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또 며칠 전 휴대폰의 사진을 노트북에 옮기려는데 한참 깜빡거리다가 그만 화면이 먹통이 되어버렸다. 다시 시도했더니 갑자기 화면이 바뀌며 저장해 두었던 것들이 몽땅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동안 찍어둔 사진과 써놓은 글, 나의 기록들이 모조리 사라진 것은 아닐까? 그간 데이터를 백업해두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며 메모리를 뒤지다가 기억에도 없는 곳에 옮겨져 있는 자료를 다행히 찾아냈지만 다른 기능은 불능이었다. 몇 달 전부터 낌새가 있어도 대수롭잖게 생각했었는데 나의 귀중한 자료를 다 잃을 뻔했다. 모든 큰 사고에는 경미한 징후가 반드시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려본다.

지난 이태원 참사도 초기의 사태를 간과하지 않고 잘 대처했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이다. 우리의 현 정치국면도 ‘나와 무슨 상관이랴….’는 ‘중도(中道)와 무관심’인 듯한 국민의 정치의식으로 인해 큰 혼란을 겪을지 모른다. 세계적 기후 위기도 지금부터 환경 변화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대처하지 않는다면 지구의 종말과 같은 대재앙이 닥쳐올 수도 있을 것이다.

작은 관심이 큰 사고를 예방하며, 사소한 해결이 큰 업적을 남기게 된다는 것을 이번 엔진 사고를 당하고 난 후에 다시 가슴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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