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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가사·경주이야기길 매체로 알리고 파”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02-26 19:12 게재일 2023-02-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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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br/>“2021년 은퇴하니 40년 공부한 내방가사가 더 선명하게 보여<br/>  ‘내방가사향유문화’ 문화재청 공모 선정… 책임연구원 맡아<br/>  어르신들 정정하실 때 음성 녹음하고 영상 촬영 보존 등 추진”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1996년 3월, 위덕대에 교수로 부임해서 25년을 재직하고 2021년 2월 은퇴했어요. 경주와 포항을 넘나들면서 미래여성회장, 포항시축제위원장,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 등을 역임하는 등 사회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정말 숨 가쁘게 살았던 25년이었어요. 그렇지만 제 정체성은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자죠. 학교를 은퇴하며 모든 사회활동을 접으니 이젠 40년 공부한 내방가사가 더 선명히 보이네요.”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는 대학교수로서 드물게 사회활동을 열심히 한 인사로 유명하다. 그러나 경상북도문화상(2019, 학술 부문), 선덕여왕대상(2019, 문화교육 부문) 수상으로 증명되듯이 연구업적도 뛰어나다. 저서 ‘내방가사현장연구’로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2018), ‘주해악학습령’으로 세종도서 학술 부문 문학 분야(2018)에 선정된 바 있는 국문학자이며, 수필집 ‘고비에 말을 걸다’가 2016년 세종나눔도서에 선정되기도 한 수필가이기도 하다. 은퇴 후의 삶은 어떤지 지난 25일 그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바쁘게 살았던 이 교수의 지난날을 잘 알고 있다. 바쁜 중에도 여러 지역 신문에 칼럼도 연재하지 않았나.

△대학 교수의 책무는 연구와 교육과 그리고 사회봉사다. 특히 진각종립 위덕대는 ‘이타자리(利他自利)’가 건학이념 중 하나였다. 남을 이롭게 하여 나를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신생 대학을 홍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언론 노출이라 생각, 지역 신문에 정보 제공도 많이 하고 칼럼 요청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회활동도 학교와 사회에 대한 봉사이자 나를 위한 일로 여겼다.

 

-그렇게 열심히 학교를 위한 홍보를 했음에도 요즘 대학, 특히 지방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해법은 무엇일까?

△학령인구가 대학 정원에 모자랄 것이라는 예측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달 3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전국대학 총장들의 대답은 가히 충격적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10년 이내에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하는 4년제 일반대학의 수를 물어보니 31~40개로 응답한 총장이 27%, 전국 198개 4년제 대학 중 최대 20%가 폐교할 것으로 예상했다. 60개 이상이라고 응답한 총장도 15%를 넘었다고 한다. 지역대학의 위기는 곧 지역의 위기인 만큼 지방정부와의 공조가 중요하다. 경상북도가 경북형 대학발전 전략 방안을 마련해서 지역대학과 지방정부와 협력·대응을 모색한다니 기대해본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인구, 취업, 인재 쏠림이 근본 원인인데 쉽잖은 문제다.

 

-앞서 ‘내방가사’만 선명히 남았다고 했는데 내방가사와의 인연을 얘기해 달라.

△내방가사는 경북의 여성들이 조선 후기부터 현재까지 향유해오고 있는 고전시가의 한 장르다. 지금도 안동에서는 안 어르신들이 가사를 쓰고, 베끼고, 낭송하는 향유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개인적인 경험도 크다. 어릴 적 외가댁 안방에 모인 할매들이 가사를 소리 내어 읽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커서는 큰어머니, 외숙모, 친정엄마, 그리고 시어머니의 가사 두루마리를 받아 모았다. 내방가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내방가사경창대회 소식을 듣고 안동을 출입하기 시작한 지 26년째다. 안동내방가사전승보존회에서 주관하는 전국 단위의 큰 행사였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만난 향유자들이 내 학문의 연구 대상이었다. ‘내방가사향유자연구’(1999)와‘내방가사현장연구’(2017)는 그들 덕분에 나온 책이다. 현장에서 내방가사를 연구하고 학계에 발표하면서 내방가사의 정의를 ‘현재진행형의 고전문학’으로 바꾼 것을 큰 학문적 성과로 꼽고 싶다.

 

-그럼 지금도 내방가사 관련한 일을 하고 있는지? 근황을 알고 싶다.

△지난해 말 내방가사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목록으로 등재되었다. 나와 남편(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이 수집한 내방가사를 모두 한국국학진흥원과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했는데, 그중 60편이 함께 등재되는 영광을 누렸다. 또한 작년 문화재청의 ‘2022 미래무형문화유산 발굴·육성사업’에 ‘내방가사향유문화’로 공모하여 선정되었다. 문화재청, 경상북도, 안동시가 공동지원하고 있는 이 사업의 책임연구원이다. 가사는 문자로 기록하는 문학인데 향유자들은 쓰고, 읽고, 베끼는 과정에서 한글을 배우고 익혔다. 암송도 하고 큰소리로 낭송도 한다. 또 많은 분이 몇 편의 작품을 온전히 기억하여 외우기도 하니 무형 문화적 향유 전통임에 틀림없다. 낭송의 독특한 리듬은 습득된 것이라 교육으로 전승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어르신들의 고령화도 큰 문제다. 조금이라도 정정하실 때 최대한 음성을 녹음하고 모습을 영상으로 잡아두어야 할 일이어서 마음이 바쁘다.

 

-앞으로 계획하는 것이나 바람이 있다면.

△내방가사만큼이나 관심 가졌던 것이 경주의 삼국유사 설화 현장 연구였다. 삼국유사 현장을 엮어 이야기산책길을 기획하고 싶다. 뜻을 같이하는 지인들과 2년째 실험 기행을 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영화제작 프로그램을 공부해 보니 재미있어서 좀 더 체계적으로 영상편집을 공부할까 한다. 기회가 되면 내방가사나 경주이야기길을 요즘 유행하는 매체로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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