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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노인들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욕망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03-16 19:28 게재일 2023-03-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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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서 활동 주목받는 신예작가 김강 <br/>          경북매일 연재 장편소설 단행본 엮어
소설가 김강
“다음 선거에서는 무조건 노인들에게 혜택을 많이 주겠다는 당을 찍어야 해. 기사 양반도 언젠가는 늙을 것 아니야. 그때를 생각하면서 지금 잘 판단해야지. 길게 보고 표를 줘야 해. 노인들 표에다가 기사 양반 같은 젊은 표까지 합치면 안 될 일이 없지. 그렇지 않아? 하긴 젊은 사람들 표까지 필요하겠어? 노인들 표만 제대로 모여도 충분하지. 아무렴.”(116쪽)

주목받는 신예 작가 김강 작가가 지난해 1월 4일부터 11월 22일까지 경북매일에 연재한 장편소설 ‘그래스프 리플렉스(Grasp reflex)’(아시아)가 최근 단행본으로 처음 출간됐다.

‘그래스프 리플렉스(Grasp reflex)’는 ‘흥미로운 스토리 속에 진지한 메시지를 담아낸다’는 평가를 받는 김강 소설가의 21세기 현대화된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와 그 속을 각자의 지향을 찾아 부유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욕망을 그린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인기를 모았다.

1990년대 중산층 사업가인 주인공 만식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영원한 생명과 건강, 재력과 권력을 꾀하던 그의 아들 필립과 정부인 안나와 오빠 노마, 그의 친구 영권과 아들 인호는 그때부터 서로 얽히고 부딪친다. 의문투성이인 죽음을 뒤로 한 채 이들은 각자의 야망을 위한 계획에 시동을 건다. 돈과 권력을 독점한 이들의 ‘불사(不死) 욕망’, 거기에 얹혀 자신의 삶을 우화등선(羽化登仙)시키고 싶은 이들의 ‘신분 상승 욕망’, 그것이 자신의 이익과 연관된다면 혈친도 버릴 수 있는 사람들의 ‘돈에 대한 욕망’ 등 인간의 부조리 묘사가 난무하는 작품을 김 작가는 왜 썼을까.

이대환 소설가는 “김강 작가는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미래 사회의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노인들의 표만으로도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정치인, 노인들만 대상으로 사업을 해도 최대 재벌이 될 수 있는 기업인, 노인들을 위한 로봇을 수리하고, 수명 연장을 위한 인공 장기 밀매를 벌이는 청년들이 노인만을 위한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근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독자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소설은 근미래를 담고 있다. 노인들의 나라, 새로운 정책들은 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급급하다. 노인이 되지 않은 20, 30대는 작중의 남매인 안나와 노마처럼 재벌의 마이걸이 되거나 노인들에게 나라에서 지급하는 로봇을 수리하면서 살아간다. 이들에게는 노인이 되기까지 남은 30~40년이 까마득하다. 그런 노마에게 한 노인이 말한다. “자네도 언젠간 늙을 거 아냐?”

부산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내과 의사·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강 작가는 단편소설 ‘우리 아빠’로 2017년 심훈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해 등단했다. 소설집 ‘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 ‘소비노동조합’ ‘여행시절’(공저) ‘당신의 가장 중심’(공저) 등을 펴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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