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春分)이 지났다. 천문학적인 봄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부터 북반부는 여름으로 향하고 남반부는 겨울을 향한다. 봄보리를 갈며 춘경(春耕)을 하고 담장도 고치고 파릇한 들나물도 캐 먹는다.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고 동풍이 불면 보리 풍년이 든다고 했는데 올해는 비가 오지 않았으니 코로나가 또 늘어 날려나? 요즘 같은 기상이변으로 3월의 온도가 역대 최고로 거의 20도를 웃돌고 꽃들도 한창이다.
마스크를 벗어 던진 가벼운 기분으로 신광(神光)의 백련봉에 올랐더니 분홍 진달래가 산길마다 가득하고 노란 생강나무는 아랫마을에 피어있는 산수유와 샛노란 꽃잎을 겨루고 있었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봄비에 젖어 질퍽거리던 오솔길에는 마른 낙엽들이 쌓여 작은 불씨에도 금방 불이 붙어 번질 것만 같다. 연초록 새싹이 돋아난 찔레꽃 나무 가시에 팔뚝을 긁혀가며 얕은 계곡을 헤매기도 했다.
22일은 물의 날, 23일은 세계기상의 날이다. 근래 세계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엄청난 자연재해를 맞고 있지만 ‘날씨, 기후, 물의 미래’라는 슬로건처럼 스스로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올봄과 같은 극심한 가뭄에 산과 들, 강이 마르고 있어서 산불이 많이 발생하며 농사도 어려울까 염려된다. 24일은 제8회 서해수호의 날. 제2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그리고 천안함 피격사건 등 북한군의 기습 도발을 겪으면서 서해북방한계선 NLL을 지키며 영해 사수 의지를 가슴에 품고 산화한 55인의 용사를 기리기 위한 날이다. 이날 우리 해군은 전 해역에서 대규모 해상 기동훈련을 실시하며 그 의지를 재다짐한다.
춘분 다음날부터는 윤달의 시작이다. 윤달은 양력과 태음력 상의 계절이 서로 어긋나는 것을 막기 위해 19년마다 7번, 보통 2~3년에 한 번씩 끼워 넣는데 올해는 윤2월이다. 만세력(萬歲曆)을 살펴보니 윤5월이 가장 많고 윤2월은 지난 2004년 이후 20년 만이다. 윤달은 ‘썩은 달’ 또는 공달[空月], 덤달, 여벌달이라기도 하며 옛날부터 천지신명이 인간의 행위를 감시하지 않고 쉬는 달로 여겨서 묘의 이장 또는 수의를 하곤 했는데 ‘걸릴 것도 없고 탈도 없다’ 하더라도 나쁜 짓 하지 말고 조심스레 보내야 한다. 2월에 윤달이 들면 장을 담그고 팥죽 쑤어 먹으며 가택신들에게 가족의 안녕을 빌기도 했었다. ‘부정이나 액이 없다’라고 하며 집수리도 하고 장독대도 옮겼다 하니 집안도 두루두루 말끔히 정리해보자.
3월은 벚꽃의 계절이다. 올해는 따뜻한 날씨 덕분인지 전국적으로 꽃들이 앞당겨 피어났다. 포항에도 개나리, 진달래가 10여 일이나 빨리 꽃망울을 터트렸고 벚꽃도 벌써 피어나 다음 주 만개할 예정이란다. 환호공원과 효자 영일대, 마장지 등에는 벌써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경주 보문관광단지에도 3월 말 만개할 예정이며 제30회 벚꽃 마라톤도 열린다.
양력과 음력 간의 계절 느낌의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윤달을 끼워 넣듯, 요즘 윤 대통령의 일본과의 대화에 대한 여야의 어긋난 정치 감각 차이를 메꾸어 주는 멋진 한 수를 놓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