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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찾아 경사로 올랐지만 문 잠겨… 장애인 행정문턱 여전

김민지기자
등록일 2023-03-29 20:20 게재일 2023-03-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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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공서 ‘접근성 모니터링’ 동행<br/>지역 내 10곳 행정복지센터 중<br/>8곳 주 출입구 여닫이문 설치<br/>휠체어 사용 진입조차 어려워<br/>무장애 설계 도입 북구청서는<br/>화장실 구석 잡동사니 지적돼<br/>“안전 위해 항상 비워둬야 해요”<br/>차별금지법 시행 5년 지났지만<br/>주차장·안내판 등 시설 태부족<br/>북구청 관계자 “보완공사 최선”
28일 오전 하용준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포항시 북구청에서 장애인 접근성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김민지기자

뇌병변, 시각 장애 등을 가진 장애인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설치 대상인 포항시 행정복지센터 대부분의 행정 문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이 요구된다.

28일 오전 찾은 포항시 북구 중앙동에 위치한 포항시 북구청. 해당 청사는 어린이, 노인, 장애인, 임산부 등이 개별 시설물과 지역에 접근과 이용, 이동에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설계됐음을 인증하는 BF(barrier free·무장애 설계)제도의 예비인증을 받고 설계돼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용자의 여건에 맞춘 현실적인 개선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이날 휠체어를 타고 직접 청사를 둘러보던 하용준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장애인 화장실 앞에서 멈춰 섰다. 종합민원실, 북카페 등이 있어 가장 많은 민원인이 이용하는 1∼2층 장애인 화장실 한쪽 구석에 걸레 탈수기, 밀대 등 청소용품이 놓여 휠체어 움직임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를 본 구청 직원들이 “1층 화장실은 휠체어를 타신 분들이 자주 이용하시고 있다”고 말하자 하 소장은 “저런 물건들을 그냥 두면 걸려 넘어질 수 있다. 언제든지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항시 비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큰 문제는 간단한 행정업무를 처리할 때 대개 방문하는 행정복지센터들의 경우 전용 화장실과 주차장·경사로·수어통역·점자안내판 등 지원시설이 부실해 장애인 접근성이 거의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지난 16∼17일 이틀간 포항 남·북구 지역 내 10곳의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장애인 접근·이용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남녀 화장실이 구분된 곳은 5곳뿐이었다. 그마저도 입구가 좁아 전동휠체어가 출입할 수 없거나 잡동사니를 쌓아두는 창고로 이용하고 있었다.


포항시 북구 두호동행정복지센터 화장실 출입구에 약품이 놓여 있어 휠체어 통행이 어렵다.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공
포항시 북구 두호동행정복지센터 화장실 출입구에 약품이 놓여 있어 휠체어 통행이 어렵다.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공

또, 8곳의 주 출입문이 휠체어 사용인들은 혼자 열 수 없는 여닫이 문이었으며 1곳은 경사로를 통하는 입구를 아예 잠가뒀다. 장애인 주차장이 없는 주차장은 3곳으로 조사됐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복지센터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이 외에도 보도블럭이 높고 경사로가 가파르거나 안전바·수어통역이 없는 등 장애인의 이용불편을 야기하는 센터들의 실태가 속속히 드러났다.


공공기관 내 장애인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에게는 문을 닫고 있는 셈이다.


포항시 북구 관계자는 “BF제도 본 인증에 앞서 재점검을 통해 도시숲 인도블록 경사도 보완과 1층 여닫이 창문 교체 등을 진행하고 있고, 공사는 7월쯤 마무리될 것 같다”며 “시설 내 적치물 관리 협조를 관계 부서에 요청해서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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