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은 만우절이다. 공식적인 기념일도 휴일도 아닌데 ‘절(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거짓말을 해도 괜찮은 날이라 가벼운 장난으로 서로 속이고 즐거워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하지만 남에게 해가 되지는 않아야 한다.
그 유래를 찾아보면 부활절 얘기, 노아의 홍수 때 비둘기 날린 얘기, 춘분 설법 등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일반적인 것이 새해 첫날을 바꾼 역법 얘기이다. 16세기 유럽에서 사용되던 율리우스력(曆)에서 그레고리력으로 바꾸면서 그것을 알지 못한 사람들에게 4월 1일 선물을 보내거나 축하하는 등의 거짓 행위를 했고 그 언행에 속은 사람들을 ‘4월 바보(April fool)’라고 했다는 설이다. 우리나라도 조선 시대에는 첫눈 오는 날이면 궁인들이 임금을 속여도 되는 낭만적인 설화도 전해진다. 어쨌든 동서양 모두 거짓말을 하면서 하루를 즐겨온 것이다.
요즈음의 우리 사회는 거짓이 난무하는 듯한 판국이어서 여유롭게 농담하고 장난칠 마음들이 아닐 것이다. 절박해지는 일상과 치열한 사회의 경쟁을 겪으면서 삶이 팍팍해진 탓인지 모르겠다. 사실 90년대 까지만 해도 119 장난 전화 때문에 소방서가 골머리를 앓았고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거짓말 장난으로 선생님들이 난감했던 일들이 이제 먼 추억이 된 듯하다. 20여 년 전 ‘흔들바위 추락설’로 설악산 사무소가 확인 전화로 곤욕을 치렀었고 한때는 빌 게이츠가 피살됐다는 오보를 보고 놀랐던 일들이 웃음으로 삶의 긴장을 풀곤 했던 만우절의 기억도 있다. 90년대부터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남을 속이기도 하고 헛걸음을 시키기도 했다. 이제는 장난 전화로 피해가 클 경우, 공무집행방해죄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기도 하고, 경범죄 처벌법의 ‘거짓신고’로 60만 원의 벌금을 낸다. 이러한 강력한 조치로 장난과 허위 신고 등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만우절 거짓말에 후회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34.1%가 ‘그렇다’고 대답했다는데, 그 이유로는 상대방이 진실로 받아들여 심한 상처를 받기도 했고, 본인도 거짓말쟁이라고 낙인이 찍혀버렸다고도 했다.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심한 거짓말을 하면 심각한 정신적 질환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만우절 거짓말은 오전까지이고 오후에는 장난임을 밝혀야 한다.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는다’는 말처럼 ‘리플리 증후군’이 요즘 우리의 정치계를 만연시키고 있는 느낌이다. 학위 경력 위조, 기억 등을 서로 거짓말이라고 싸워대고 있으니 국민으로서 마음이 쓰리다. 거짓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는 진실이 어색해질 때가 있다. 거짓말에도 색깔이 있는 모양이다. 거짓인 줄 알면서도 하는 ‘새빨간 거짓말’이 있고, 남을 배려하면서 위로하는 듯한 착한 거짓말은 ‘하얀 거짓말’이고 어쭙잖게 허세를 부리는 말을 ‘파란 거짓말’이라고 한다. 이제 코로나도 해제 분위기에 들어온 듯하니 우리의 일상에도 유쾌한 장난으로 삶의 피로를 풀어보는 하루가 되어도 괜찮겠다. 하얀 벚꽃이 절정을 이룬 보경사에 나들이를 가서 거짓말 한번 해볼까. “조용한 만우절에 왔더니 뜨락에 하얀 눈이 쌓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