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인구 밀집지역 무인점포 10곳<br/>스프링클러 無·소화기 없는 곳도<br/>다중이용시설 분류 안돼 점검 제외<br/>점포 규모·화재건수 파악 어려워<br/>전문가들 “실질적인 법제화 필요”
지난 3일 오전 10시쯤 포항시 북구 죽도동의 한 무인코인빨래방. 상가와 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는 지역생활권 중간에 자리 잡은 이곳에는 15대의 세탁기와 건조기가 24시간 돌아가고 있었다.
세탁기기 위 벽면에는 라이터 등 인화성·가연성 물품이나 기름물이 묻은 의류 세탁 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적힌 ‘건조기 안전 사용 에티켓’ 안내문과 함께 소화기가 있었지만, 천장에는 스프링클러 헤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주민 이수빈(29·북구 죽도동)씨는 “이불같이 큰 빨래감이나 양이 많을 때 자주 이용하는데 소화기나 스프링클러가 있는지 찾아볼 생각은 못했다”며 “상가도 문을 닫고 모든 주민이 잠든 늦은 시간에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대원이 올 때까지 꼼짝없이 태워 먹는 거 아니냐”고 걱정했다.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영일대해수욕장, 쌍용사거리 등 주말이면 수많은 인구들이 모이는 곳에 위치한 무인점포 10곳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점포 중 스프링클러가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으며, 소화기조차 구비돼 있지 않은 곳도 있었다.
코로나19와 물가상승으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 인건비 상승 영향으로 최근 세탁소, 노래방, 편의점 등 무인시설이 지역 곳곳에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업소 대부분은 인건비를 절감하고자 셀프 시스템을 이용해 누구나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밤낮없이 문을 열어놓고 있다. 문제는 무인시설의 경우 다중이용시설로 분류돼지 않아 소화기, 온도 감지기 등 화재 예방시설 의무 설치 규정 예외 대상이어서 관련 소방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인점포는 관할 소방서의 점검 대상에서도 빠져 있고 각 소방서는 정확한 무인점포 규모나 화재건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무인점포가 화재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법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사람이 없을 때에도 초기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소방기기 설치가 필수라고 조언했다.
김병수 대구가톨릭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무인점포를 다중이용시설로 규정해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먼저다”며 “또 다른 방법은 무인체제에 자주 쓰이는 자동속보설비를 구비해 화재 발생 시 인근 소방서로 자동 신고가 접수되도록 하는 것이 있다. 화재 진압에도 5분이라는 골든타임이 있기에 사람이 없어도 초기 화재 진압을 도울 수 있는 기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