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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성이 ‘춘심이’처럼 행복해지길”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04-10 20:01 게재일 2023-04-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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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한국화가 이철진<br/>작품은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는 작가의 언어를 쏟아내는 것 <br/>작가는 머무르는 순간 퇴색될 수밖에… 끊임없이 연구를 해야<br/>앤디 워홀 처럼 화려함 속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작가로 남고싶어
‘춘심이’작품 옆에 선 이철진 한국화가
“‘현대인물화의 연구’라는 대학원 졸업 논문을 쓰며 여러 자료를 찾던 중 인물화의 근원에서 인류의 염원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의 작업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 웃고 있는 모습이다. 많은 사람이 내 작품을 통해 내면의 다양한 감정들을 떨치고, 생각의 폭을 확장하며 새롭게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포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화가 이철진(60) 작가는 자신의 작가 인생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이 작가는 통속적 방식의 묘사를 넘어서 자신의 감각에 적합한 상징을 탐구한 소재들을 예술의 정신성과 장식을 동시에 표현하면서 그림을 그린다.

20여 년 넘게 시리즈로 발표하고 있는 ‘행복한 여자-춘심이’는 사소한 일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들이다. 지난 3월 25일부터 5월 25일까지 경남 양산 갤러리 희에서 45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 작가를 지난 9일 그의 작업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의 그림은 어떤 화풍인가.

△양식상의 화풍으로 이야기하자면 팝아트 쪽에 가깝겠지만, 실제로는 현대미술에 있어서 어떤 화풍이니 양식이니 하는 구분은 의미는 없어졌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특별히 어떤 양식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화풍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요즘에 아트페어에 나가다 보면 젊은 작가들의 톡톡 튀는 상상을 뛰어넘는 출품작품들을 보게 되는데 그들이 부럽기만 하다. 작품은 사실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는 작가 자신의 언어를 쏟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춘심이’ 인물화로 국내외에 많은 컬렉터들이 있는 걸로 안다. 이런 인물화를 그린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사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엔 춘심이를 통해 사회 고발적인 작품들을 그리려고 했다. 여성들의 사치와 정치적인 문제들을 해학과 풍자적인 작품에 담아보려고 했다. 우연한 기회에 사람들이 열심히 자기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면서도 스스로 만족을 못 하고 스스로를 자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들에게 현재의 모습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들인지를 일깨워 주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서 줄곧 그렇게 해 온 것 같다.

-춘심이 이름은 어떻게 붙여졌는지.

△간단히 얘기하면 춘심(春心)은 내 아호로 사용해오던 것이다. 그러다 주변에 춘심이라는 이름을 가진 분들도 많고 작품의 주제 선정을 하던 차에 춘심이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과 현대 여성들의 세련미가 합쳐지면 재미있겠다는 느낌이 들어 사용하게 되었다.

-그동안 그린 춘심이는 몇 점 정도 되는지. 가장 마음에 드는 춘심이가 있다면.

△자기 작품에 대해 어느 작품이 애착이 가느냐의 물음은 큰 의미가 없다. 현재까지 농담으로 3천 궁녀를 그렸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어느 하나 애착이 안 가는 것은 없다. 관람하는 사람들이 작품을 보며 자기를 닮았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그 작품들이 때론 내 마음속에 자리 잡기도 한다.

-오늘의 춘심이는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

△요즘 유행하는 AI ChatGPT에게도 물어보니 현대의 행복한 여자 춘심이의 조건에 건강한 신체, 안정적인 사회적 관계, 자기개발과 취미 등을 들더라. 이처럼 춘심이는 우리 사회에 있어 현대 여성들이 가장 갈구하는 자기만의 개성과 사회 구성적인 한편에서의 역할 등 중요한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모든 여성분이 춘심이처럼 스스로 행복함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내 작품을 보는 순간만이라도 행복하다는 자기 최면을 걸 필요성을 나름대로 느낀다.

-이번 전시에는 100호 등 신작 3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전 작품들과 어떤 차이가 있나. 이전보다 원숙해진 완성작들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

△기법과 완성도 면에서 많은 부분이 보완되었다고 본다. 즉 작업에 있어 밑바탕과 물감의 두께감을 더했고 표현의 기법과 사인에 대한 부분을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색상의 화려함은 주로 보색대비의 색을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원숙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좀 더 화면구성의 자유로움 속에 다양한 소재들로 폭을 넓힌 결과가 아닐까 싶다.

-주로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나.

△재료로는 현재 캔버스와 아크릴 물감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예전에 쓰던 한지에 커피 등을 이용한 혼합재료 등에 대한 미련이 요즘 다시 올라오고 있어서 새롭게 연구하는 중이다. 하지만 한지를 사용할 때의 번거로움에 비해 캔버스는 규격이 정확하고 간편하여 현재 이 작업을 선호하고 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의 방향이 있나.

△기존의 작업에서도 더 표현할 것이 아직 많아서 바로 바꿀 마음은 없지만, 디지털과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고 싶다. 예전에 하던 한지 작업도 다시 연구하고 있다. 작가는 머무르는 순간 퇴색될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그것이 재료든 소재든 간에….

-‘춘심이’를 계속 그릴 건가.

△현재로는 진행형이다. 춘심이로 할 말이 많다. 주변에서 내 작품을 소장하고 나서 스스로의 생각과 집안의 분위기가 달라졌단 말을 많이 듣는다. 아직은 이러한 춘심이의 역할을 막을 생각이 없다.

-작가로 어떤 평가를 받기를 원하나.

△누군가 고흐를 닮고 싶다고 하길래 저는 앤디 워홀이 되고 싶다고 했다. 고흐는 살아생전 힘든 삶을 살다가 사후에 빛을 발했지만 앤디 워홀은 생전과 사후에도 화려함 속에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잖은가. 그런 작가로 남고자 하는 것이 나 자신의 바람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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