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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9주기

등록일 2023-04-12 19:50 게재일 2023-04-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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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오는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9주기이다. 9년이 흐르도록 사고의 원인은 밝혀지지 못했고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안산에 조성하기로 한 생명안전공원은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교통사고 운운하던 여당의 유력 정치인은 여전히 그 소신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쓰인 돈을 예산 낭비라고 비판하거나 자식을 잃은 부모를 비아냥거리는 시선도 변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는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사회적 재난을 대하는 사회의 구조와 인식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기억하고 그 의미를 되짚어보아야 할 대상이다. 2014년 참사가 일어났을 당시를 선명하게 기억한다.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수많은 말과 글이 이어졌고, 참사 이전과 이후가 달라져야 한다며 무엇을 바꿀지를 적어놓는 사람도 많았다. 당시 대통령은 눈물을 흘렸으나 그 눈물이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사죄의 표시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온라인에 익명으로 숨어 있던 혐오 세력이 가시화된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단식투쟁 중이던 유가족들 바로 앞에서 극우 세력이 폭식 투쟁을 진행했다. 이 사건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음지에서 존재하던 혐오의 감정이 광장으로 가시화되고 미디어를 통해 여과 없이 공유됐다는 점에서 ‘혐오 사회’의 제도화를 알리는 것이었다. 시간의 속도 앞에서 변화를 다짐하던 사람들의 의지도 약해져 갔다. 약해진 의지와 혐오라는 감정은 멀리 있지 않았다.

세월호의 출항부터 침몰까지의 과정, 언론의 오보, 이후 이 모든 사건에 대한 국가 권력의 대응까지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 구조 전반에 걸친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폭식 투쟁이 상징하듯 제도와 개인의 감정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 권력이 자행 혹은 묵인하는 폭력의 메커니즘이 평범한 일상에 얼마나 깊게 개입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2022년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인식과 판단의 문제가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이번에도 국정조사까지 진행했지만, 사고원인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자식을 잃은 부모에 대한 혐오성 발언도 등장했다. 사회적 참사를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보는 시각도 유사하다. 9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 자본을 위한 국가 정책이 개인의 삶과 깊게 결부되며 비슷한 유형의 참사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은 우연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까?’가 아니라 ‘우리는 왜, 바뀌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은 익숙하다. 하지만 조금도 변한 것이 없다. 왜 사회는 그리고 우리는 바뀌지 않을까? 질문을 이렇게 던지면 조금 다른 것이 시야에 들어올 수 있다. 바뀌지 못하는 이유를 찾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부터 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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