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날씨가 더웠다 추웠다 갈피를 잡지 못한다. 올 3월은 기상청 관측 이래 가장 더운 봄이었다. 평균보다 7~9도 높았고 벚꽃마저 앞당겨 피어 ‘봄의 실종’을 알렸는데 올여름은 또 폭염의 우려가 있다고 한다. 그저께는 내륙 산간 지역이 영하의 날씨를 보여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어는 등 냉해 우려가 있었다니 꽃샘추위는 저리 가라는 듯하고 낮에는 20도 이상이 되어 갈팡질팡이다. 전국의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 수준으로 건조주의보가 내려져 있고 동해안은 강풍 특보 속에 초속 15m 이상의 센 바람을 타고 강릉 산불은 민가 100여 채를 태우고 지나갔다.
서쪽 하늘에서 황사가 덮여왔다. 중국과 몽골에서 발원한 흙먼지가 전국을 뿌옇게 시야를 가리고 미세먼지는 ‘매우 나쁨’ 수준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잔류 황사가 서해상으로 유입하여 대기 정체로 축적이 되어 농도가 높아진 탓으로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 중 ‘관심’ 단계이고 미세먼지는 평소의 10배인 130마이크로그램 정도여서 외출 시 황사용 마스크 쓰기를 권하고 있다. 우리 집 뒷창문으로 멀리 비학산이 보이고 그 투명한 정도를 보며 미세먼지의 정도를 가늠하곤 하는데 요즘 며칠간은 아예 보이지를 않았다. 꽃 피고 새 우는 아름다운 4월의 하늘에 먼 서쪽 대륙에서 날아온 황사가 우리 한반도를 질식시키는 것 같아 기분이 우울해진다. 다행히 14일 금요일부터 이틀간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다. 제주 50mm, 남해안과 경북 남부 10mm 정도이지만 수도권과 중부, 경북 북부는 비의 흔적이 적을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서쪽 하늘이 숨쉬기를 힘들게 하는데 동쪽 바다는 또 다른 걱정을 하게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폐수를 올 6월쯤 방류한다는 소식이다. 2011년 동일본 지진으로 파괴된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130여만 톤의 오염수를 수백 개의 탱크에 보관 중인데, 이를 해양 방류하면 해류를 따라 태평양을 돌아 동해안으로 들어오고 해양환경은 물론이고 인체와 수산물에 끼치는 막대한 피해는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을 것이란 우려이다.
일본 당국은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한 ‘처리수’라고 발표하고 있지만 우리 시민 단체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저지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하며 매월 범국민 대회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포항을 비롯한 경주·영덕·울진·울릉 등 동해안 5개 시·군은 ‘오염수 해양방류 공동 대응’을 위한 상생협의체를 구성하여 수산물 소비심리 위축과 가격하락 등 수산업계의 고민과 관광·레저업계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기금편성 등 신규사업도 건의하고 있다. 12일 포항환경운동연합, 포항YMCA 등 6개 시민 단체도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철회 캠페인을 벌였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는 한반도가 어찌하여 서쪽 대륙에서 불어오는 황사와 미세먼지에 하늘이 덮이고 동쪽 바다에서 밀려오는 방사성 해류가 넘실대는 환경을 걱정하게 되었나. 기후변화와 인간의 실수로 말미암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 정계에서 소용돌이치는 분탕질 바람부터 잠재우며 현명한 길을 걸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