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포항문화원 문화재 해설사 허미숙<br/>사진 촬영차 따라갔던 답사길에서<br/>유적들 매력 느껴 해설사 공부 시작<br/>어르신 대상 ‘두레단’ 활동 12년 째<br/>‘시선 달라졌다’는 말에 보람 느껴<br/>그동안의 기록 담은 사진전 기획<br/>외국인 이주민 교육도 참여하고파
허미숙 포항문화원 문화재 해설사가 올해로 12년째 되는 문화재 해설 봉사를 하면서 느낀 점이다. 그녀는 우리 문화유산의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 제공은 물론 재미와 감동, 체험요소를 포함한 폭넓은 지식정보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터이자 만능엔터테이너로 꼽힌다.
허 문화재 해설사는 “‘역사가 없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말처럼 어르신들과 함께 가는 문화재 답사길이 과거 속이 아닌 우리의 미래로 향한 걸음이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우리 문화유산에 숨겨진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습득해서 정확하면서도 흥미롭고 재미있게 그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절실한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재 해설사로 봉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진 찍기가 취미였다. 그야말로 카메라를 들고 전국 어느 곳 다니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는데 사진 촬영 부탁을 받고 문화원 답사를 따라갔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전통 사찰이나 전통가옥 그리고 천년세월을 견딘 탑 등등에 호기심과 매력을 느껴 해설사 공부를 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뛰고 있다. 사진가의 입장에서 빛바랜 문화재를 찍어보는 일 자체가 엄청난 기회로 다가옴도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이다.
-해설사로 봉사하면서 힘들거나 보람있던 일을 소개한다면.
△힘든 일보다는 보람 있는 일이 더 많다. 문화원 답사는 평일에 이루어지므로 주로 어르신들이 많이 참석한다. 특히 답사는 걷는 구간이 더러 있어서 건강을 위해서도 좋은 활동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번 오셨던 어르신들이 배우자나 친구분들을 데리고 다시 오시는 일이 많다. 살아오면서 몰랐던 역사를 늦게라도 알게 되어 문화재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
-포항문화원 문화재 답사는 언제 시작했나.
△답사를 시작한 지 벌써 12년 차가 되어간다. 2012년부터 문화원 두레단에 들어가 활동을 시작했다. 문화원은 주로 중년의 어르신들이(요즘은 노년이라고 하지 않고 모두 중년이라고 표현한다) 건전한 여가 활동을 위해 함께하는 문화학습 배움터다. 문화원의 평생학습 과정 중에는 여러 과목이 있지만, 외부로 나가는 학습은 많지 않다. 두레단은 문화재가 있는 곳이나 그 유적지 탐방을 위해 원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는 유일한 답사단이다.
-어르신 대상 문화재 답사는 포항문화원이 유일하다. 답사 참여자는 어떻게 모집하나.
△학생들이나 주말을 이용한 답사 단체는 더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두레단 답사는 매월 정기적으로 한번 근, 원거리 답사를 가는데 2주 전에 문화원 홈페이지나 여러 밴드에 공지를 통해 회원들을 모집한다. 주로 오셨던 분들이 다시 오시므로 모집이 어렵지는 않다. 대략 35명~40명 정도로 모집이 된다.
-문화재 답사는 어떻게 이뤄지나.
△매해 일 년 답사지 계획이 미리 세워지고 해당 월에는 답사지 문화원이나 그곳 시청 문화재단과 연락을 해서 가고자 하는 문화유적지 코스를 의논해서 정한다. 현지 해설사를 섭외하기도 하는데 두레단의 경우 가는 도중 차 안에서 목적지 답사에 대해 사전 학습을 하는데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모르고 가면 그냥 관광이 될 뿐이지만, 현지 역사를 알고 가면 답사단 어르신들의 문화재를 대하는 눈길이 달라진다.
-문화재를 알리는 데 있어서 재미있게 하는 비결은 무엇인지.
△흔히 역사하면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말을 듣는데 알고 보면 역사만큼 드라마틱한 이야기도 없다. 해설할 때 듣는 분들이 무관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해설사의 재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해설 내용을 잘 듣고 계시는지 중간중간 질문을 유도해서 관심을 이끈다. 해설 내용 중에 중요한 부분을 소재로 돌아올 때 버스 안에서 퀴즈풀이도 한다. 맞추면 작은 상품을 주기도 하는데 상상외로 아주 즐거워하신다. 다음 달에는 잘 듣고 꼭 맞추겠다며 선약을 하시기도 한다.
-문화재 해설 활동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알게 되는 역사의 족적은 남긴 문화재가 말해주는 것이다. 천년 혹은 더 이전의 역사는 남아있는 문화재나 유적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기에 지금도 끊임없이 찿게 되고 흔적을 발굴하는 일에 국가가 자원을 들이는 것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 또 하나 있다면 우리나라에 들어와 정착하여 살고 있는 외국인 이주민들의 수가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기에 이분들에게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역사를 알아가는 배움의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라 천년의 역사 특강을 다문화 가족 대상으로 실시한 적도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더 뛰어볼 생각이다.
-앞으로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답사길에 사진으로 담은 문화재나 유적지도 좋은 기록으로 남았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문화재를 현대적 감각과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문화재 사진 개인전을 기획하고 있다. 우리 자랑스러운 반만년 역사가 계속 이어지도록 나의 작은 걸음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