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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서화 작업이 수행길·깨달음 얻는 과정”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06-01 18:33 게재일 2023-06-0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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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선서화가 김기화<br/>  2016년부터 간결한 선으로 세상에 울림 전하고자 작품활동 시작<br/>“내가 떠난 자리에 나의 충만함이 살아난 작품이 진정한 선서화”<br/>  4일까지 포항 갤러리 웰서 ‘현대 선서화展’ … 깨달음 화폭에 담아
김기화 선서화가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불교 수행법 가운데 하나인 참선과 명상이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로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선서화(禪書畵)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선서화는 말과 문자 대신 절제된 담묵 담필로 깨달음을 전하는 불교미술 장르의 하나다. 선서화 작업이 바로 수행의 길이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인 것이다.

포항의 김기화 선서화가는 간결한 선으로 세상에 울림을 전하고자 지난 2016년부터 선서화를 그려왔다.

절제된 담문과 담필로 불교 선 사상의 깨달음을 전파해온 그녀는 “나를 바라봄으로써 나 자신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계절의 질서와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하나의 법문이 된다. 자연에서 발견한 깨달음을 화폭에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4일까지 포항 갤러리 웰에서 ‘현대 선서화’전을 열고 있는 김기화 작가를 만났다.

 

-선서화(禪書畵)를 그리게 된 계기가 있다면.

△대학에선 한국화를 전공했다. 졸업 이후 작품활동을 하던 중에 우리의 전통 색상인 오방색을 함께 접목하는 조화로움에 관심을 갖게 됐다. 태초에 음과 양의 기운이 생겨 하늘과 땅이 되었으며, 이는 다시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라는 오행 사상이 더해져 음양오행 사상이 된다. 중앙은 황(黃)이며 동쪽은 청(靑) 서쪽에는 백(白) 남쪽이 적(赤) 북쪽은 흑(黑)색의 뜻을 지닌다는 오방색의 상징성을 알게 된 것이 불화(佛畵)와의 융합에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그쯤에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미술학과에 선서화과 강좌 개설 소식을 접하면서 공부하였다.

 

-선서화는 어떤 그림인가.

△문자나 사물의 형상을 마음에 깨달아 새로운 형상을 창조하는 것이 서화 예술이라고 한다면, 자아에서 형성된 선(禪)의 세계를 붓으로 나타내어 무한한 우주 자연의 현상을 펼쳐 보이는 것, 이것이 바로 선서화의 근본취지라 할 수 있다. 고도의 정신적 수련에서 우러나오는 선의 정신과 피나는 습작의 산물이 몸에 배어 혼연일체가 되고, 무작위한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투영한다. 나를 떠난 자리에 나의 충만함이 되살아나는 서화작품이야말로 예술적 의미를 담은 진정한 선서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선서화는 낯선 장르다.

△선서화라는 말을 가장 먼저 쓰신 분은 생존에 계시는 석정 스님인데 최고의 불화가로 일컬어진다. 득도의 순간이나 불교적 수행의 과정을 수행자 나름의 독특한 화법이나 필체로 담아낸 선서화는 기존의 화풍과 구도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수행력의 높은 기(氣)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우며 그 뜻을 헤아리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고승 대덕이신 성철 스님의 ‘산산수수(水水山山·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와 서옹 스님의 ‘수처작주(隨處作主·가는 곳마다 주체가 되고 참되라)’ 글이 많이 쓰인다. 중광 스님과 원성 스님의 선서화가 현재 대중들에게 많이 친숙하다.

 

-‘현대 선서화’전이라는 이름의 이번 개인전을 소개한다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현대인들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힐링해주고자 하는 목적으로 열게 됐다. 이번 전시회 대표 작품으로 부처님 팔상도를 추천드리고 싶다. 도솔천에서 내려와 룸비니동산에서 태어나고 출가 후 열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입문 불자들부터 출가수행자들까지 모두에게 되새길만한 내용이다. 특히 싯다르타 태자가 사대문 밖에서 생로병사의 고통을 보고 인생무상을 느끼는 ‘사문유관’상을 나만의 색채로 표현했다. 일신이두조(一身二頭鳥)이기 때문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극락조로도 알려진 상상의 새 공명조(共命鳥) 작품 또한 공동운명체 교훈을 전하고자 그렸다.

 

-선서화가 미치는 사회적 바람이 있다면.

△선서화를 그리는 작가로서 복잡한 사회 현상들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현대인들이 선서화 작품을 통해 잠시라도 힐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로서 향후 작품활동 방향은.

△지금까지 일반인들에게 선서화는 대부분 사찰에서 스님들이 그리는 고유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특히 묵을 사용하여 그리다 보니 다소 무거우면서 일반인들에게는 다가가기가 힘든 테마라는 인식으로 인해 선서화를 선호하는 작가들뿐만 아니라 애호가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접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단순히 묵(墨)을 사용하는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채색과 재료사용 등으로 작품활동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선서화가 일부 중장년들만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라 청소년들도 선호할 수 있는 대중적인 장르로 발전할 수 있게 연구하는 것이 작가의 소임이라 생각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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