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 하지(夏至)가 지났다. 초하(初夏)의 계절이 온 것이다. 더위는 지금부터라 기온이 벌써 30도를 넘나들고, 모내기가 끝나면 장마철 시작이니 곧 장마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다음 날이 음력 5월5일 단옷날, 1년 중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이다. 수릿날(戌衣日), 천중절이라고도 하며 설, 추석과 함께 3대 명절이며 각종 전통문화 놀이가 열리게 된다. 단(端)은 첫째, 오(午)는 낮이라는 뜻 외에도 다섯(五)의 뜻도 있다 하여 단오는 ‘초닷새’를 의미하기도 한다. 보통 6월 초·중순에 드는데 올해는 하지가 지나서 있는 것은 윤2월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더운 날씨에 밤새 비가 내렸고 중부 지방엔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와 함께 우박이 쏟아지기도 했다. 단오는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 재상 굴원(屈原)이 모함을 당하여 멱라수(汨羅水)에 몸을 던져 자살한 날이라 그를 기리기 위한 행사가 풍습이 되어 우리나라에도 전해졌다고 한다.
단옷날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윤기 자르르 흐르는 고운 머리칼에 창포 뿌리로 만든 창포잠(菖蒲簪)을 꽂고 창포잎 이슬로 화장한 고운 얼굴에 녹의홍상(綠衣紅裳) 꾸며 입으면 봄의 여인이 된다. 쑥과 익모초, 그리고 산나물의 왕이라는 수리취 잎으로 수레바퀴 모양의 떡을 만들어 먹고, 여자는 그네뛰기 하며 담 밖을 내다보고 남자는 활 쏘며 씨름하며 힘을 과시했다. 그래서 이날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있는 ‘씨름의 날’이기도 하다. 또 대추나무 가지 사이에 큼지막한 돌을 끼워 넣어 ‘시집보내기’를 하며 대추 풍년도 기원했고 약쑥 한 다발 묶어 대문 옆에 세워두어 재액을 물리치려는 벽사(<8F9F>邪)도 하였던 단옷날 풍습도 이제는 사라져가는 아쉬움이다. 그래서 어저께 시골집에 가서 담장 안쪽에 무리 지어 자란 인진쑥을 한 아름 뜯어 묶어 처마기둥에 걸어두고 왔다. 포항문화원이 올해 ‘제27회 포항단오절 민속축제’를 준비했다. 23일 오전 10시 종합운동장 옆 만인당 잔디밭에서 29개 읍면동과 문화원 산하 4개 문화반 등 33개 팀, 시민 1천여 명이 참여한 다양한 전통문화 축제를 펼친다. 흥해 농요팀, 월월이청청 보존회 등이 개막식을 흥겹게 하고 이어 줄싸움, 한복맵시 자랑대회, 노래자랑이 열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숨죽였던 시민에게 새 활력을 주며 우리의 고유 전통문화를 전파하려고 한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 포항시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니 ‘포항소식-행사·축제’ 항목에는 행사명과 장소만 적혀있을 뿐 구체적 사항은 비어있어 알 수가 없다. 포항문화원이 주최하는 행사지만 포항시에서도 지원하는 행사이니만큼 자세한 내용을 쉽게 알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국내 각 지역에 고유한 단오제가 많다. 강릉단오제, 안동 풍년기원제 등이 유명하고 경산 자인단오제는 여원무(女圓舞)를 우아하게 추는 ‘한장군(韓將軍)놀이’와 대학 장사 씨름대회가 문화행사로서 눈길을 끈다. 어제까지 흩뿌린 빗방울이 장맛비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예측도 있지만 뜨거움을 날려달라고 단오굿 하듯, 나쁜 기운 몰아낼 단오축제를 즐기며 풍성한 우리 전통문화를 이어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