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포항 덕업관 대강당에서 ‘신통일한국 피스로드 2023 경상북도 통일대장정’ 행사가 열렸다.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경북도회와 경북평화대사협의회 주관으로 6·25 전쟁 정전협정 70주년과 피스로드 10주년을 맞아 마련한 행사였다.
마침 장맛비도 그치고 푸른 하늘이 열렸기에 걷기 편한 복장으로 나서는 마음은 가벼웠다. 식장에 들어가 앞자리에 앉으니 ‘6·25 전쟁 참전 학도의용군의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슬로건도 보인다. 초청 내빈과 도민 400여 명이 자리를 채우고 특히 맨 앞줄에 흰 모자 쓰고 훈장 달린 정복을 입은 현재 생존하신 6·25 참전 학도의용군 일곱 분이 눈에 띈다.
1부는 6·25 참전용사 추념식. 헌화와 묵념에 이어 낭독한 ‘어느 학도병의 편지’를 듣노라면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라는 중3 의용군의 절규가 가슴을 저린다. 영상을 본 후 팔순이 넘은 노병들을 무대 위로 모시고 꽃목걸이를 달아드렸더니 “오늘 멋진 대접을 받으니 참 고맙다”라고 하신다.
2부에서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축사, 격려사, 대회사가 끝나고 청년대표의 평화선언에 이어 ‘통일의 노래’를 합창할 때면 오랜만에 마음이 뭉클해져 우리의 소원을 마음에 새겨봤다. 태극기 흔들며 만세삼창도 힘껏 외쳤다.
마지막 3부 순서가 걷기대회였다. 모두 행사장을 나와서 참전국 국기를 앞세워 형산강둑을 따라 20여 분을 걸어 해도근린공원 숲으로 갔다. 6·25 전쟁 당시 44일간 결사 항전했던 최후의 방어선 ‘워크라인’이었던 곳이다. 참전 유공자 명예선양비 앞에 헌화하고 전몰용사 3천234명의 영혼을 기렸다.
이 ‘피스로드 통일대장정’ 행사는 1981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제10차 국제과학통일회의에서 문선명 총재가 제안한 ‘국제평화 초고속도로’ 주창을 기반으로 해서 세계의 분쟁과 갈등을 해소하고 지구촌의 평화시대를 열어 보자는 운동이며, 2013년 ‘한·일 3천800㎞ 평화의 자전거 통일대장정’으로 출발했다. 이후 동참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2015년 ‘피스로드’라는 이름으로 되어, 걷기와 자전거, 자동차 등 다양한 방법으로 평화의 길을 간다는 세계적 행사로 확대되었다. 그동안 칠레 산티아고에서 피스로드 세계 출범식을 가졌고 아시아, 유럽, 북·남미, 아프리카 등 6대륙을 하나의 길로 연결하여 서울에서 아프리카 희망봉, 그리고 남미 산티아고까지 ‘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류를 한 가족처럼 묶어 평화에 다가가는 금세기의 기념비적인 꿈의 프로젝트이다. 이미 한·일간 해저 터널은 첫 삽을 떴고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꿈도 그리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북한의 개혁과 개방에 촉매제를 뿌리는 것이다.
‘2023 피스로드 통일대장정’은 전 세계 160개국 약 100만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2021년에는 포항영일대해수욕장에서 시민 걷기대회를 열었고 작년에는 영천 시민회관에 모여 금호강변을 걷고 자전거를 달리기도 했다. 올해는 정전 70주년이라 한·미·일 등 8개국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국토종주단이 고성에서 임진각까지 DMZ 자전거 횡단을 계획하고 있다. 이제 남북이 다시 어우러지는 행복한 꿈을 이루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