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단적 선택을 해 우리사회에 충격을 준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20대 교사의 일기장이 공개돼 또한번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일기장에는 “월요일 출근후 업무폭탄+(학생이름)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라고 적혀 있었다. 숨지기 15일전에 작성된 내용이다. 교사가 학교업무와 학생문제로 얼마나 심한 고통을 겪었는지를 알 수 있는 일기다. 아마 우리나라 대부분 초등교사들은 마음속으로 공감하며, 같이 비통해할 것이다.
지금 초등학교 교단은 심각한 아노미(무규범) 상태로 병들어 있다. 담임교사가 자기반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학부모의 악의적인 고소·고발에 시달리는 비정상적인 상태가 일상화되고 있다. 교사들은 예외없이 매년 인사이동 때마다 민원을 남발하는 학부모의 자녀나 정서장애 학생이 자기반에 편성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학교는 담임교사에게 너무 많은 요구를 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보수나 권한은 주지 않는다.
학생이 다치거나 학생 간 갈등이 발생하면 교육 당국이나 학부모, 심지어 학교 교장·교감도 담임교사 책임으로 미룬다. 교단이 붕괴되지 않고 유지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이 오늘(26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교권 보호 대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이 회의에서 실질적인 교권 침해 방지와 교사지위 회복에 대한 제도적 방안이 나와야 한다.
국회에는 현재 교사보호와 관련된 법안이 8개나 발의돼 있다.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이 최근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교사들이 ‘아동학대 범죄 가해자’로 신고당하는 것을 방지)과 교원지위향상법(교육활동 침해를 한 학생에 대한 조치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이 대표적인 계류법안이다.
민주당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 교육위 소속 강득구 의원은 지난달 ‘법령과 학칙에 따른 교사의 학생 생활 지도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강 의원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교원이 아동 학대 범죄로 신고돼 조사·수사 등이 이뤄지는 경우 학교장이 조사·수사기관, 법원에 의견을 제출하는 내용)’도 발의해 둔 상태다.
여야가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키기만 해도 교단의 위기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대구·경북은 채택하지 않고 있지만, 서울·경기·광주·전북·충남·제주 등 6개 시·도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도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대표적인 장치다. 이 조례는 ‘교사를 보호하면 학생 인권이 추락한다’는 편향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민원을 상습적으로 제기하는 학부모들은 제 자녀 만큼 교사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악성 민원과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로 교사들이 매일 학교를 떠날 생각을 해서야 어떻게 우리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