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이 불로하고 녹수가 장존(長存)하는 여름날이다. 청산은 세월이 지나도 늙는 법이 없으니 변함이 없고, 녹수는 세월이 지난 후에 보아도 언제나 변함없이 푸르게 흐르는 물이다.
그러나 사람은 세월이 지나면 몸도 마음도 변하기 마련이니 그렇다고 지나가는 세월을 탓할 수도, 늙어가는 자신을 한탄할 수도 없는 일이라 그저 담담하고 차분하게 세월의 여울에 몸을 맡기면 될 일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것(生老病死)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인데 이 네 가지를 인간이 평생 거치게 되는 큰 고통이라 하여 사고(四苦)라 하기도 한다.
즉 유한한 생명체인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은 운명이자 피할 수 없는 고통과 괴로움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현대의학의 발달과 식습관의 개선으로 병고(病苦)를 다소 줄일 수는 있지만 나이를 먹으며 늙어가는 노고(老苦)는 누구에게나 불가피한 일이기에 순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젊고 건강한 모습과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오랫동안 남겨두는 습성을 지닌 것이 아닐까 싶다.
세월 앞에 장사 없듯이, 좀더 활기차고 발랄한 모습을 보이며 다양한 표정과 자세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만큼 젊음과 추억과 인연이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명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손쉽고 간편하게 폰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또 언제 어느 때 다시 보거나 인화할 수도 있으니, 가히 사진은 현대사회의 필요조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멋진 경치나 맛난 음식을 대하면서 사진부터 찍게 되는 것도 결국 오래도록 삶을 회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사람의 생각이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지고 잊혀지기 마련이다.
장수사진도 그러한 관점에서 늙어감의 비애를 줄이고 오래 살고 싶어하는 기대와 욕망으로 애써 촬영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밝고 편안한 표정을 담은 자신의 인물사진을 대하면 본인도 모르게 마음이 온화하고 넉넉해져서 기분이 좋아지고 만족감 속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겨날 것이다.
비록 세월의 흔적을 감출 수 없고 시간의 지문 같은 주름살을 줄일 수는 없지만,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이 배인 현재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각인시키며 여유롭고 완숙한 얼굴을 사진으로 남겨 놓게 된다면 한결 새롭고 설레는 느낌이 들기도 할 것이다.
최근 포항제철소 사진봉사단에서는 구룡포읍행정복지센터에서 제32차 ‘찾아가는 장수사진’ 촬영으로 어르신들께 기쁨을 안겨드렸다.
5년째 포항시 전역을 동네방네 찾아다니며 1천200여 분께 건강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장수사진을 촬영하고 액자로 만들어주고 있으니, 참으로 가상한 일로 여겨진다.
쑥스러운 듯 살갑게 장수사진을 받아들며 환하게 웃으시는 어르신들의 백세만세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