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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사회의 ‘묻지마 범죄’

등록일 2023-08-10 16:02 게재일 2023-08-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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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입추와 말복에 태풍이 다가오는 어수선한 8월 초, 흉기 난동의 무차별 살인범죄가 연이어 발생했고 그 여파로 닮은꼴의 살인예고 협박성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SNS에 와글대고 있다. 지하철역 등 다중 밀집 지역에서 불특정 사람들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에 범행을 막으려고 전신무장한 경찰들이 배치되고 시민들은 불안에 떨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의심의 눈길을 둔다,

지난 7월 21일 서울 신림역 부근 골목에서 30대 남자의 무차별 칼부림으로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범인은 무직, 전과 3범 외에도 소년 시절 범행도 10여 건이 넘는다.‘열심히 살았는데 잘 안돼….’ 하며 범행 후 태연하게 부근 계단에 앉아있다가 검거됐다.

이후 2주일도 지나기 전에 분당 서현역에서는 22세 청년이 차량을 인도로 돌진하여 행인 5명을 친 후, 다시 인근 쇼핑몰로 칼을 들고 들어가 무차별 난동으로 9명을 다치게 하였다. 정신병력이 있으며 자신은 ‘스토킹 집단의 위험을 느꼈다’고 진술하고 있다.

또 지난 1월 신도림역과 2월 신길역에서 묻지마 폭행을 한 남·녀, 3월 전철 내에서 시끄럽다는 60대 여성을 살해한 30대 여자…, 이렇게 불특정 다수를 노린 반사회적 범행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고, 이러한 분노 범죄는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사회와의 단절과 고립에 의한 사회성 결여와 고물가, 불황과 실업, 빈부의 양극화 등 사회 불안 현상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이 밝힌 바에 의하면 9일까지 수사 중인 살인예고 187건 중 67건을 검거했다고 하는데 10대가 34명이며 14세 미만도 다수라고 한다. 이처럼 고립·은둔 청년의 묻지마 범죄로 인한 피해자 역시 평균 27.4세라고 하니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정신적 불안이 심각해지는 것 같다. 이러한 ‘묻지마 범죄’의 공식 용어는 ‘이상동기 범죄’라 하며 현실불만형, 정신장애형, 만성분노형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검거된 후에는 ‘죄송합니다’‘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다’‘살고 싶지 않다’라고 중얼대지만 ‘관심받고 싶다’는 10·20대의 심리가 사회에 화를 유발시켜 관심을 끌고 자신은 변태적 쾌감을 느끼는 악질적 범죄인데도 ‘장난이었다’라고 변명하고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특별치안 활동을 선포하고 예고지역 순찰강화와 선별적 검문검색을 실시하는 동시에 경찰의 정당한 총기 사용 및 제압 행위에 대한 책임감면 규정을 재조정하는 한편,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 형사사법제도의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 한다. 즉 위계에 의한 공무 방해, 협박 및 살인예비죄 등을 적용한 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최근 묻지마 범죄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하여 알림 사이트 ‘테러리스(terrorless)’도 배포되어 있다. 살인, 칼부림, 총기 난동, 폭탄 테러 등이 난무하는 요즘, 우리나라에 총기 소지를 허용하였다면 어찌 됐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나 마냥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교육심리 상담 등 특별예방교육과 홍보 활동 확대, 갈등관리에 대한 지원과 멘토링으로 공동체 의식함양을 높이고 사회 전반의 대응 체계를 강화하여 안정된 사회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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