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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말(馬)이 갈 길을 안다

등록일 2023-08-17 18:15 게재일 2023-08-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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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최근 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폄하 발언 후, 사회적 물의가 번져가고 있다. 청년들과의 좌담회에서 아들이 중학생 때 했다는 말을 꺼내 들며 “남은 생에 비례해서 투표해야 한다”는 내용의 말을 한 것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헌법상의 보통선거와 평등선거 원칙을 존중하지 않는 발언으로 대한노인회와 국가원로회의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2004년에도 열린우리당 의장의 “6,70대는 투표 안 해도 된다”는 발언으로 총선 판도를 바꾸어 놓기도 했고, “60이 넘으면 뇌가 썩는다”는 입놀림으로 홍역을 치른 정치인도 있었다.

왜 이렇게 노인들이 비하되고 폄하를 받아야 할까? 세대 간의 갈등과 가치관의 차이라고 보아 진다. 은퇴 후 몸도 약해지고 생산 활동이 줄고 소비가 늘어나게 된다는 것에서 사회적 힘이 없고 지식의 한계를 나타낸다는 관점일 것이다. 그래서 노인네, 늙은이, 꼰대 심지어 ‘틀딱충’이라는 신조어도 나돌고 있다. 꼰대는 프랑스 귀족 ‘백작(Comte)’에서 온 말인데 ‘권위적 사고를 가진 어른’을 비하하는 은어가 되었고, 또 번데기의 영남지방 사투리 ‘꼰데기’에서 변화됐다는 설도 있다.

유엔은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국민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라 하고있는데 우리나라는 올해 7월 이미 18.5%을 넘어 ‘고령사회’이다. 2020년에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여 60대 이상 노인세대가 950만, 100세 이상이 8천500여 명이라고 한다. 이렇듯 많은 노인에 대한 경로효친 사상은 MZ세대에서는 왜 찾기가 힘든 것일까?

삶을 살아가는 데는 지식과 지혜가 필요하다. 지식은 ‘앎(knowledge)’이고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처럼 철학, 수학, 과학, 예술 등의 교육과 학습, 훈련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며, 지혜는 ‘슬기(wisdom)’ 즉, 사물의 원인을 이해하고 이치를 깨닫는 전인적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무엇은 어떤 것인가?’라는 명제적 지식은 요즘과 같은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겠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절차적 지식은 많은 경험과 감각에서 얻은 사리 분별 능력이 그 길을 찾게 해 준다.

노마지로(老馬知路) 즉 ‘늙은 말이 갈 길을 안다’는 사자성어가 있다.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융적(戎狄) 토벌원정에 나섰다가 겨울에 돌아오며 길을 잃어버렸는데 재상 관중(管仲)이 ‘늙은 말은 지혜가 쓸 만하다’며 늙은 말을 풀어놓고 말 가는 데로 따라가 길을 찾았다는 이야기다. 늙을수록 경험을 쌓아 사리에 통달하는 지혜를 습득한다는 뜻이다. 노인의 지혜로움은 사회 측면에도 많은 가치가 있다. ‘노인 한 명이 사라지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집에 노인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모셔라’는 외국 격언들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노인의 지혜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늙는다. 진정한 사회인의 덕목은 존중과 배려이다. 사는 날이 많지 않아 쓸모없다(?)는 노인들을 존중하며 그들의 슬기로운 삶의 지혜를 빌려 나라의 앞길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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