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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은 어떻게 신라의 영웅이 됐나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08-24 17:42 게재일 2023-08-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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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br/><br/>황윤 지음·소동 펴냄·인문
‘한국=선진국’이라는 이미지가 국내외적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과 6·25 전쟁을 겪으며 힘든 시절을 보냈지만 꾸준한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 역량 강화로 한국은 어느덧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는 나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나라가 성장한 만큼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이 얽혀 있는 복잡한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늘었다. 비교적 적은 인구와 경제 규모라는 제약을 가진 한국이 앞으로도 국제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소장 역사학자인 황윤 작가는 ‘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소동)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신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한국이 놓여있는 혼란한 국제 정세가 여러 세력이 외교, 군사, 문화, 경제를 동원해 서로 견제하고, 동맹을 맺고, 대립했던 7세기 삼국시대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는 고구려, 백제에 비해 약소국이었던 신라가 어떻게 삼국통일을 이룩하고 당나라와의 전쟁에서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는지 신라를 대표하는 인물인 김유신을 통해 알아본다. 김유신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신라를 승리로 이끌었으며, 왜 천 년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살펴본다.

더불어 혼란의 시대에 차별받는 가문의 자제로 태어난 김유신이 기회와 민심을 얻을 수 있었던 방식을 알아보며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가져야 하는 덕목과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다.

이 책은 신라에서 차별받던 가야계 가문에서 문(文)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태어난 김유신이 자신에게 주어진 무게와 압박을 일탈로 피하는 것이 아닌 정면으로 이겨내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타고 있던 말의 목을 베고 결국 무(武)를 상징하는 신라의 영웅이 되기까지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독자는 차별적인 조건에서도 굴하지 않고 차근히 성장해나가는 김유신의 모습에서 인내와 도전 의식, 강인한 기개를 엿볼 수 있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끝내 성공으로 발전시키는 김유신의 전략에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신라가 멸망한 뒤에도 김유신은 삼국시대를 대표하는 영웅으로 인정받았다. 근대에 들어 신라와 김유신이 외세의 힘을 빌려 민족을 억압한 세력이라 비판하는 견해가 생겨났지만, 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기에 생긴 오해에 가깝다. 김유신은 김춘추를 도와 정치적 변화를 앞장서 이끌었으며 내부 분열을 통합해 신분과 지역 차별로 고여 있던 신라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다.

골품제로 신분을 구분하는 신라에서 혈통의 반이 가야계였던 김유신은 어깨에 짊어진 가문의 존립과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인생을 책임지기 위해 그 모든 무게를 정면으로 버텨낸다. 필요하다면 악당 역할마저 자처해 임무를 완수해 내는데, 저자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나가는 영웅은 바로 김유신처럼 인내와 노력 끝에 올라간 자수성가형 인간이라고 말한다. 김유신에 관한 설화 등이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아 이어지는 것은 그가 단순히 한때 신라를 지배한 권력자나 여러 전투를 승리로 이끈 무장이어서가 아니라 한반도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배경을 지닌 위인이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특히 김유신이 역경을 헤쳐나가며 보여준 통합과 리더십의 가치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오늘날 우리가 신라와 김유신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2013년 독립출판으로 나온 책을 전면 개정해 새롭게 내놓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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