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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환 ‘붉은 고래’ 20년 만에 독자 만나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09-04 18:16 게재일 2023-09-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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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뉴스 ‘다시 읽는 문제작’<br/>오늘부터 매주 2회 연재 시작<br/>포항 출신 허씨 삼형제 통해<br/>시대에 휩쓸린 가족사 그려
이대환 작가의 장편소설 ‘붉은 고래’ 1·2·3.

지난 2004년 전 3권으로 출간돼 주목을 받았던 포항 출신 이대환 작가(65)의 장편소설 ‘붉은 고래’가 20년 만에 다시 독자들과 만나게 된다.

문학전문 인터넷 매체 ‘문학뉴스’가 새로 마련한 ‘다시 읽는 문제작’에서 ‘붉은 고래’를 5일부터 매주 화요일, 금요일 주 2회 연재하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현재 절판 상태로 놓아둔 ‘붉은 고래’를 연재가 끝나는 2025년 여름쯤에 ‘굵직한 단권’으로 복간할 계획이며 이번 기회에 군데군데 손질할 생각도 하고 있다.

장편소설 ‘붉은 고래’의 주요 인물은 포항 출신의 허씨 삼형제다. 맏이는 재일 조총련 간부, 중간은 남한 정권의 권력자, 막내는 남한에서 성장해 일본의 큰형을 만나고 북한에 들어갔다가 남파된 후 십수 년 옥살이를 하고 나온다.

소설의 첫 장면은 공민권을 회복한 막내(허경욱)가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작은형의 아들(허시우)과 조우한 모습이다. 이후 둘이서 한 달을 바쳐 유럽 대륙을 거의 한 바퀴 돌게 되며, 여행길에서 삼촌은 틈틈이 조카에게 가족사(삼형제의 인생)를 들려준다. 여정의 종착은 모월 모일 모시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이다. 기필코 만나야 하는 사람이 기다리는데, 그는 북한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맏형의 아들이다.

허경욱이 이야기하는 가족사가 소설의 날줄을 이루고 시대적, 공간적 배경은 일제 말기부터 20세기 말에 이르는 포항·일본·북한이고, 소설의 씨줄은 허경욱과 허시우의 유럽 여정으로 20세기 말의 유럽 여러 지역과 사람살이의 풍경이 예리한 시선에 포착된다.

소설책 ‘붉은 고래’의 맨 앞에는 짧은 문장 하나가 따로 적혀 있었다.

‘넘어설 경계도, 지켜설 경계도 없는 자유로운 바다에서 맘껏 호흡하며 찬란하게 유영할 그날을 위해’

작가는 이번 연재를 시작하며 쓸쓸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과연 자유로운 유영의 그날은 미래의 어느 고개 너머에 널브러져 잠자고 있는가? 언젠가 눈을 뜨고 먼지를 털며 일어나 오긴 오겠는가? 이런 소망이 벌써 스무 해쯤 묵었다. 세월 참 빠르다. 인생은 더 빠르다. 빠른 것은 전진의 자취를 남겨야 한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민족 현실, 남북 관계는 나쁜 궤적을 그려놓았다. 그것을 ‘번복의 반복’이라 불러도 되겠다. 그러는 가운데 21세기 들어 한국 소설은 분단 현실을 줄곧 유기해오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붉은 고래’는 지금 여기로 불려 나와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이대환 작가
이대환 작가

한편, 이대환 작가는 최근 명수필 ‘보리’의 작가 한흑구의 삶과 문학을 새로운 형식의 평전으로 쓰는 작업에 매달려 있다. 장대한 오페라에서 아리아만 따로 빼내 정연한 시계열의 질서를 부여하는 형식이다. 부제는 ‘Han’s Aria 한흑구 아리아’, 제목은 ‘모란봉에 모란꽃이 피면 평양에 가겠네’다.

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강덕 포항시장이 의기를 세워서 포항시가 한흑구문학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니, 비록 오래 지각을 했어도 너무 당연한 그 좋은 일에 대해 후학으로서 우리나라 독서계와 포항시민에게 선생의 진면모를 제대로 알리려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작가의 작업 진도에서 오늘 현재 한흑구 선생은 “권력·명성·돈이 보장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솔가해 12시간짜리 중앙선 완행열차를 타고 와서 영일만 수평선으로 막 해가 솟아오른 시각에 포항역 광장으로 나섰다”고 한다. 한 편의 아리아 같은 글이 100편쯤 이어지는 ‘모란봉에 모란꽃이 피면 평양에 가겠네’는 언론 매체의 매일 1회 연재를 거쳐 새해맞이 무렵에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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