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일까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10-04 18:32 게재일 2023-10-05 16면
스크랩버튼
이광수 시인 ‘꽃이 나 좋으라고 피었겠나’ <br/>세번째 시집 출간, 사랑·고통의 본질 이해<br/>노후의 삶·이치 등 72편에 담담하게 엮어

포스코 교육재단 임원을 지낸 이광수(74)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꽃이 나 좋으라고 피었겠나’(놀북·사진)가 나왔다. 담담하면서도 애잔한 서정을 4부 72편을 담고 있다.

대도시 대기업 임원의 삶을 거쳐 늦게 시작한 시가 이제는 오롯이 삶의 전부가 됐다고 말하는 이 시인은 “시 쓰기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아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사랑과 고통의 본질을 시를 통해 이해하는 과정을 내 나름대로 드러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정년퇴직 후 자연의 여러 존재와 함께 살면서 몸으로 직접 얻은 삶의 보람과 이치를 보다 많은 사람과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듬고 또 다듬었다”고 말한다.

그의 시적 자장은 자연과 함께 유유자적 살아가는 초인의 사유와 맞닿아 있다. 영천 산속 별마을에서 발원한 서정의 이미지는 포스코로 대표되는 청춘의 시간을 지나 깊은 산속 일상의 삶에서 접하는 자연물들과의 유유자적 또는 자유자재한 삶에 이르러 시적 사유와 삶의 깨달음을 풀어놓는다.

추천사를 쓴 이종암 시인은 “경북 영천시 화북면의 깊은 산속 마을에서 산과 나무와 하늘의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의 품성을 닮아가며 얻은 깨달음을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노래한 것이 이광수 3시집 ‘꽃이 나 좋으라고 피었나’ 속의 시편들”이라면서 “인생 노후에 얻은 삶의 보람과 이치들을 담담하고 느긋하게, 때론 유쾌하기까지 한 수채화들로 그려내고 있다”고 평했다.

1부의 ‘금낭화’는 이광수 시인의 현재 삶을 선명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른 봄/땅을 밀치고 올라온다/여리고 여린 것이/몸을 있는 대로 비틀면서/세상 구경을 해보겠다고/꽃 피워보겠다고/내가/금낭화라고.’

이광수 시인
이광수 시인

3부의 ‘지는 것은 붉다’와 ‘고별’은 유한한 존재의 소멸이 품은 장엄함과 눈부심을 단도직입의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우리네 인생 노후의 삶, ‘할 일을 끝낸/뒷모습은/얼마나 자랑스러운지/지는 것들은 붉어서 말이 없다”-은 분명 자랑스럽고 빛나는 삶이어야만 한다. 시인은 일반인이 잘 보지 못하는 세계와 존재의 이면을 바라보는 관찰자이며, 대책 없는 사랑의 맹신자라는 측면에서 이 시인은 탁월한 견자(見者)와 사랑의 맹신자가 되고 있다.

이광수 시인은 포스코를 정년퇴직한 후 영천 기룡산 북쪽 산비탈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면서 두 권의 시집을 냈다. 이번엔 그가 오로지 ‘전업 시인’으로서 몰두한 창작의 결과다.

이 시인은 “첫 시집 ‘제일 시원한 바람’이 나의 순정을 끌어내는 데 그쳤고 두 번째 시집 ‘산골 집값’은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삶을 통해 감동을 주고자 했다”며 “그냥 시가 좋아 시를 쓰고 때가 되면 시집으로 엮어낸다. 살다 간 나의 흔적을 남기는 만큼 오랜 여운이 남는 시를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광수 시인은 대구 출신으로 중앙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포스코와 포스텍, 포스코교육재단에 근무하다가 퇴직 후 2009년부터 영천 별빛촌에서 ‘자연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문화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