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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인류 역사의 분기점이 될 것”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10-12 19:14 게재일 2023-10-1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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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상 세계로 간다’<br/>허먼 나룰라 지음<br/>흐름출판 펴냄·인문<br/>
임프라버블은 세계적인 메타버스 스타트업으로 평가받는 영국의 가상현실 소프트웨어 회사다. 최근 들어 메타(구 페이스북), 디즈니,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거대 기업이 메타버스 사업을 철수하고 있지만, 이 회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메타버스’ 개념이 유행함에 따라 이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기업의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 허먼 나룰라는 눈부시게 발전하는 기술 혁신과 함께 쏟아지듯 출시되는 수많은 메타버스 생태계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차세대 리더다.

허먼 나룰라는 최근 펴낸 자신의 책 ‘우리는 가상 세계로 간다’(흐름출판)에서 메타버스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저자는 현실과 온라인에 이은 세 번째 가상 세계, 즉 메타버스가 인터넷이 불러온 지각변동에 버금가는 인류 역사의 분기점이 될 것이고, 본격적인 메타버스 시대에는 인간의 본질을 다시 정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가상 세계를 현실 세계와 상호 작용하며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출하는 곳으로 정의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좋은 메타버스란 내적 동기와 자기 결정성을 충족시키며, 다른 사람과 충분한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현실 세계와 가치 교환이 가능한 기술력이 있는 메타버스다. 피라미드, 올림푸스로 대표되는 고대 가상 세계부터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같이 게임의 형태로 만들어진 현대의 가상 세계까지,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가상 세계들을 살펴보며 가상 세계의 역할과 기능, 유용성을 알아본다. 그럼으로써 왜 우리의 미래가 메타버스로 불리는 가상 세계로 갈 수밖에 없는지 설명한다.

인간은 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추구했고, 일상보다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세계를 꿈꿔왔다. 이러한 행동은 생존을 목표로 더 좋은 환경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 본능의 자연스러운 표출이다. 특히 인류가 사회 공동의 목표를 만들고, 구성원들이 목표 달성을 위해 움직이며 문명을 발전시킨 데에는 가상 세계의 역할이 컸다.

허먼 나룰라는 메타버스를 ‘만족감을 주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현실과의 상호작용으로 경제적, 심리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몰입감이 뛰어난 가상 세계’로 정의하고 있다. 그는 “이 정의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제대로 된 가상 세계를 만들어 사람들을 모을 수 있으며, 최신 기술 혁신들을 대충 엮은 허무맹랑한 소리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현대인이 겪는 고충은 사회가 구성원들을 생산성의 부품처럼 여기는 데에서 온다. 이런 사회의 구성원들은 자율성의 욕구,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유능성의 욕구, 주변 사람들과 더 좋은 관계를 만들고자 하는 유대감의 욕구가 결여돼 있다. 허먼 나룰라는 사라진 목적의식과 보람, 성취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회적 대안이 바로 가상 세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모든 가치가 현실 세계와 상호 작용할 수 없다면 의미를 잃어버리고 무용해지기 때문에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이어주는 통로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상 세계가 발전하고 현실과 접점이 많아질수록 새로운 경제적 가치도 창출된다. 허먼 나룰라는 NFT가 하찮은 기술로 평가받는 이유가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에 경제적 교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문제는 메타버스 안에서 경제 활동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며, 그렇게 되면 현실 세계의 경제 규모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먼 나룰라는 경제적 이유 때문에 사회 역시 당연하게 가상 세계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확하지 않은 설명의 메타버스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좋은 메타버스를 알아볼 수 있을까? 허먼 나룰라는 그 기준으로 1초당 상호작용 수(cops·communications operations per second)를 제안한다. COPS는 가상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수치로서, 상호작용 수가 많을수록 고도로 발달한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다.

현실과 유사한 수준의 대규모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려면 앞으로 기술 개발이 더 큰 발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허먼 나룰라는 현실과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의 유사성을 가진 공간이 좋은 메타버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상호작용이 많이 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사용자에게 유용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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