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상현실), AI(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가 초광속이다. 기존의 상식과 틀이 여지 없이 깨지고 있다. 자칫 한눈팔다가는 일순간 한물간 사람이 될 수 있다. 혁신과 변화가 눈부시다. 흐름을 잘 읽고 적절하게 대응하면 그 변화에 편승해 미래를 주도할 수 있다. 반면 외면했다간 시대에 뒤처질 뿐이다.
의사 정원 확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가 임기 내 의대 입학 정원을 최대 3천명까지 늘리는 방안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의사가 부족해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헤매고 소아과가 없어 인근 도시로 달려가는 판국이다. 지방 의료 붕괴가 심각하다. 경북 포항 등 지방의대 설립 요구가 들끓고 있다. 포스텍 등의 의과학자 양성 필요성도 점증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대폭 확대 필요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는 한사코 반대다.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도 의대 증원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걸핏하면 정부 정책을 비판하던 민주당 의원도 반겼다. 한 중진 의원은 “의대 정원 확대를 실행한다면 역대 정권이 눈치나 보다가 겁먹고 손도 못 댔던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의사협회는 또 일방적인 추진에는 반대를 공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다가 의료계의 집단 반발에 부딪혀 백지화했다.
우리는 그동안 국민 편의를 위한 각종 정책들이 채 꽃피워보지도 못한 채 사장되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호출택시 타다와 리걸테크의 좌절이 단적인 사례다.
2018년 10월, 첫 운행을 시작한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는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택시 등 기존의 서비스에 불만을 갖고 있던 소비자들은 타다에 열광했다. 타다는 출시 9개월 만에 1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급성장했다. 그러자 택시업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1년 만에 타다 회사 대표가 기소됐고 무죄판결을 받았다. 결국 국회가 일명 ‘타다금지법’을 통과시키며 막을 내린다.
법과 기술의 합성어인 리걸테크(Legal-Tech)는 법률 시장의 새로운 서비스다. 하지만 리걸테크는 변호사협회와 갈등 때문에 주춤하고 있다. 그 사이 해외에서는 급성장하고 있다.
노조에도 변화 바람이 인다. 한전에 ‘탈정치’를 내세운 제2노조가 출범하고 포스코노조의 민노총 탈퇴 등과 함께 일명 MZ노조가 탄생하며 양대 노총을 흔들고 있다. 이들 노조는 강성 및 투쟁일변도 노동 관행을 바꾸고 있다.
혁신은 기존의 판을 바꾸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행과 규제의 틀을 과감하게 깨야 한다”고 했다. 의사들이 그렇게 반대하던 원격진료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진료 확대 등 수요가 급증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국민 편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정부는 관련 업계의 설득작업과 함께 관행과 규제의 틀을 깨는 과감한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 정부는 국민만 보고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