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10월도 이제 다 지나간다. 단풍 고운 마지막 주에 들면 낙엽 지면 꿈도 따라가는 줄 몰랐던 아련한 추억을 되돌아보기도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는 낙엽 따라가버린 사랑의 노래가 아닌 쓰라린 가슴을 안아야 할 하나의 아픈 기억이 살아 오른다.
작년 이맘때 ‘핼로윈 축제’의 흥청거림 속에 서울 이태원 골목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폭 4m의 좁은 언덕길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서로 뒤엉켜 압사당했던 159명의 젊은 영혼들의 기억이 슬프다. 아직도 그 사건의 진상규명이 되지 않고 특별법 제정과 분향소 설치를 다투는 가운데 1주기 추모행사가 열린다. 매년 호황을 누리던 대형 백화점의 마케팅 행사는 사라지고 핼로윈 축제는 물론이고 2주 전에 열려던 ‘지구촌 축제’도 취소됐다.
10월 26일이면 생각나는 10·26사태는 1979년 현직 대통령이 살해된 기막힌 역사적인 날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3선 개헌을 통하여 장기 집권의 틀을 마련하고 1972년 10월 유신체제에 들어갔었다. 그리고 낙후한 조국을 구하겠다는 선언으로 국민의 정신 개혁과 경제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였으나 신임하던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게 회식 자리에서 권총으로 살해당했다. 올해가 44주년이 된다.
그리고 또 26일은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일본 총독 이토히로부미를 중국 하얼빈역에서 저격하였고 우리에게는 독립에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한 사건이다. 그가 목숨 바쳐 구국 투쟁을 벌이겠다고 동지 11명과 맹세하면서 자른 손가락은, 여순감옥에서 쓴 많은 글씨와 함께 찍은 장인(掌印)의 자국으로 보여주며 그의 구국 열의를 되새겨 보게 한다.
또 해방의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1946년에 일어난 ‘대구10월항쟁’은 올해로 77주년이다. 당시 미군정의 식량 정책에 불만을 품은 대구시민들이 항의 시위를 하자 경찰이 총격을 가하고 계엄령을 선포하였는데, 이를 참지 못한 민중봉기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해방 후 최초 민중항쟁이었다. 이 사고의 진상규명과 희생된 수천 명의 명예 회복은 최근까지 계속되었다.
역사는 흐른다. 낙엽 지는 가을의 정취 속에 마음을 정리해 보노라면 지나온 세월 동안에 일어났던 숱한 사건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25일은 ‘독도의 날’이었다. 1900년 고종황제가 ‘대한제국 칙령 제41호’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명시한 것을 기념하며 2010년 한국교원 총연합회와 몇몇 유관 단체가 ‘독도의 날’이라고 선포한 것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이 있는데도 일본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지만 우리 독도의용수비대가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
이제 곧 11월. 그 많았던 축제들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포항문화재단의 ‘우리동네 일상예감 프로젝트’로 떠나본 두 번째 ‘세계가곡여행’은 26일 끝났다. 매주 목요일 오전 오후 2개 팀이 대잠홀에서 이탈리아 오페라 공부와 함께 우리 가곡을 감성 있게 불러본 두 달 반의 노래 여행은 이제 나의 뇌리에 행복한 꿈으로 남는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