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프랑스 경제일간지가 경북 포항시를 대서특필해 국내외에 관심을 끌었다.
최근 대규모 배터리 관련 투자가 이뤄지며 부흥하고 있는 프랑스의 덩케르크와 산업구조 면에서 유사한 과정을 밟는 포항에 주목한 기사다. 지방 소도시의 동병상련 모습도 보았던 것 같다. 이 신문은 포항제철을 중심으로 한 철강산업에서 배터리 산업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포항의 혁신산업 현장을 프랑스 덩케르크와 비교, 소개했다.
포항은 최근 수년간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집중, 배터리 산업 중심도시로 산업구조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포항의 변화는 전기자동차 산업의 부상이 기반이 됐다. 2016년 2차전지 업체인 에코프로가 포항에 자리했고, 2019년 배터리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배터리 산업이 상승세를 탔다. 대기업의 대규모 신규 투자가 잇따랐다. 철강에서 배터리로 연관 산업이 급격히 옮겨갔다.
포항의 변신에는 한계 산업인 철강에만 매달려서는 안 되겠다는 포항시의 위기감이 작동했다. 철강기업 포스코가 공격적인 투자로 ‘배터리 소재’ 회사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 바탕이 됐다. 포스코는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을 중심으로 국내외에 대규모 배터리 소재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사업 다각화가 포항의 먹을거리와 산업구조 변화를 이끌고 있다.
포항시는 미래 신산업의 주축으로 떠오른 이차전지를 발판삼아 연구개발 인프라와 산업 생태계를 지속 확장, ‘K-배터리 선도도시’로의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7월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돼, 배터리 도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했다.
포항시의 성공적인 변신은 대구시와 구미시 등 대도시의 현실과 비교된다. 대구시는 제일모직, 코오롱 등 대기업이 외지로 빠져나가고 난 이후 경제 전반이 가라앉았다. 주종인 섬유산업의 낙후 및 침체가 큰 영향을 미쳤다. 30년째 1인당 지역내생산량 전국 꼴찌의 멍에를 못 벗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지능형 반도체 등과 물 산업, 로봇, 의료 등 분야 육성에 주력하며 낙후를 벗으려고 몸부림친다. 지역 배터리 기업의 대규모 투자 등이 잇따르고 있으나 지역 경제 전체를 일으키기에는 힘이 부친다.
구미시는 한때 전자 산업의 메카로 수출 1위 도시를 구가하며 펄펄 날았다. 하지만, 지난해 7위로 곤두박질했다. 구미 경제의 몰락은 삼성전자와 LG 등 대기업에 의존하다가 산업구조 개편의 타이밍을 놓친 것이 원인이다. 신성장 동력 발굴 등 업종 다변화와 투자 유치 실패가 뼈아프다.
대구시와 구미시는 포항시의 변신을 눈여겨봐야 한다. 포스코라는 걸출한 대기업이 자체 도생을 위한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배터리라는 새 먹을거리를 찾은 것이 동기가 됐다. 여기에 세계적인 전기자동차 붐에 편승, 배터리로 갈아탈 수 있었다. 철강 중심의 산업구조를 극적으로 바꾼 것이다. 포항시가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연구 인프라와 교통 및 항만 등 기반시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터다. 기회 포착과 투자, 기반시설, 사람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