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여당의 위기가 내 책임”이라며 13일 사퇴했다. 친윤석열계 핵심인 3선의 장제원 의원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당의 공천 물갈이 물꼬가 왕창 터졌다. 정치권의 ‘물갈이’ 신호탄이 됐다. ‘물갈이’는 정당 공천의 핵심이다. 현역 의원 대신 정치 신인을 전략 공천한다. 거물급의 불출마 및 공천 탈락과 명망 있는 정치신인의 등장은 그만큼 극적이면서도 유권자들에겐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공천 물갈이’는 어느덧 총선 승리의 공식으로 굳어졌다.
물갈이는 유권자의 요구다. 일부 직업이 된 묵은 정치인에 대한 경고다. 각 당 지도부는 총선 때마다 물갈이 수준을 고심한다. 국민이 이해할만한 정도의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총선 이후 당의 주도권 및 대통령선거 경선구도 선점과도 관계가 있다.
최근 4차례 총선에서 정당의 인적 쇄신 효과는 컸다. 대부분 승리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치러진 21대 총선을 제외한 3차례 총선에서 확인됐다. 2016년 20대 총선 때는 현역 의원 물갈이율 33.3%였던 민주당이 32.8%의 새누리당에 간발의 차로 승리했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교체율 41.7%의 새누리당이 37.1%의 민주당을 이겼다. 2008년 18대 총선 때도 현역 교체율 38.5%의 한나라당이 19.1%의 민주당을 이겼다. 현역 물갈이 폭이 승리 보증수표 역할을 했다.
물갈이는 텃밭인 TK(대구·경북)가 주 대상이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TK에는 누가 공천돼도 당선된다. 당 지도부가 초선과 다선을 가리지 않고 물갈이했다. 21대 총선 때 TK의원 교체율은 64%였다. 2016년 20대 총선 때는 TK의원 물갈이 비율이 52%였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5월 경북매일 여론조사에서 ‘다른 인물로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이 51.2%에 달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줄기차게 지역 의원 절반 이상 물갈이를 주장하고 있다.
역대 물갈이의 가장 큰 희생양은 TK다. 최근 당 지도부에 진출, 활약하는 지역 의원들이 꽤 있다. 하지만, 지역민들이 체감하는 존재감은 떨어진다.
각종 지역 현안사업을 챙기고 새로운 사업을 끌어오기엔 힘이 부친다. 중량급 인사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이다. 매번 정치 신인으로 교체하다 보니 다선 의원 부재를 실감한다.
참신한 인물로 교체하는 인적 쇄신은 국민에겐 신선감을 주고 정당엔 개혁과 변화 이미지를 준다. 선거전에 그만큼 유리하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 일각에선 물갈이 대세론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 지도부의 명분만 앞세운 섣부른 물갈이는 자칫 ‘공천 학살’로 비칠 수 있다.
탈당과 무소속 출마 등 후폭풍이 만만찮다. 초선 의원은 국회에서 ‘거수기’ 취급을 받을 만큼 존재감이 떨어진다. 정치력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임위원장은 아예 꿈도 못 꾼다.
국민의 요구와 정치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정교한 세팅 작업이 필요하다. 물갈이 해법 찾기가 지난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