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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김 총장, 의대 및 병원설립에 사실상 반대 의견 내비쳐

장은희 기자
등록일 2024-04-01 20:22 게재일 2024-04-0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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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포스텍 총장 입장 밝혀<br/>“기초과학·임상의학교수 등 110명· 500병상 부속병원 필요<br/> 유지 위해선 연매출 3천억~4천억에 인구 100만명은 돼야”

"재원 마련만 된다면 포스텍에 연구중심의대 설립을 안 할 이유가 없습니다.” 

김성근 포스텍 총장은 1일 연구중심의대·스마트병원 설립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본관 중회의실에서 가진 ‘POSTECH 2.0: 제2 건학’ 소개 기자간담회<사진>에서다.

김 총장은 최근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 시민사회로부터 의대설립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는 이날 의대설립에 '타당성  조사'라는 전제를 달긴했지만 부정적 의견을 강하게 내비쳤다.

김 총장은 “의대설립을 위해서는 기초과학교수 25명과 임상의학교수 85명 등 모두 110명과 최소 500병상 부속병원이 확보돼야 한다”면서 “이정도 규모를 유지하려면 연매출 최소 3천억~4천억원, 인구 100만명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의대 설립 및 병원 개원에 따른 초기 비용은 1조원까지 들 것으로 추산했다.

대학 부속병원 한 병상당 소요비용은 대략 10억원인데 500병상이면 모두 5천억원이 필요하고, 여기에다 의료장비와 기자재를 합하면 최소 7천억원에서 1조원 까지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병원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데 최소 5년에서 최고 10년까지 걸릴 수 있다”면서 “개원 초기 적자 규모는 전문 컨설팅업계에 의뢰해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규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총장은 “경북대·영남대 1천병상, 아산병원 3천병상, 서울대병원 2천500병상인데 병원 규모가 크다는 것은, ‘전공진료과목·전문의가 많아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라며 “(포항시가 제시한)500병상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서 요구하는 기준으로, 이를 맞추더라도 병원이 경쟁력이 있을지가 의문이고, 규모가 커지면 비용은 더 커질 수 밖에 없게 된다”고 했다.

그는 총장 취임 이전 경북도·포항시로부터 받은 의대 설립 컨설팅 자료는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고 평가하고 다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의대 정원이 2천명 늘어나면서 상황이 너무 달라졌다고 했다. 전문업체를 통해 수익 모델 전반을 심도있게 더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또 의대 설립은 당위성만으로는 부족하고 다양한 필요 요건들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에)의대 설립 필요성과 당위성은 공감하나 별도의 재원·수익 구조·설립 요건 등을 마련하는데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며 책임감 있는 경영자라면 이를 간과해선 안된다고 한 것. 

 의대 설립을 진두지휘해야 할 김 총장이 전제 조건으로 인구 100만명을 제시하고 병상규모 분석, 수익모델 재검토 등을 한 언급은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모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고 현실적으로도 해결이 어려워 포스텍 차원에서 향후 더이상의 추진이 힘들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포항시와 지역사회의 대응이 주목된다. 당장 포스코홀딩스가 나서 재원 등의 사안을 풀어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날 ‘POSTECH 2.0: 제2 건학’ 프로젝트를 소개한 김 총장은  “포스텍이 최근 20년 가까이 빠르게 성장했으나 최근 많은 교수들이 서울로 떠나고 학생 수준도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향후 예정된 1조 2천억원의 투자는 포스텍이 살아날 마지막 기회”라고 강변했다.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신입생 바우처를 만들어 4년 동안 1인당 1천만원을 지원해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미국 등에서 젊고 유능한 교수를 초빙해 올 것이라고도 했다. 

김 총장은 포스텍과 포스코와 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포스코는 포스텍과는 별도의 기업”이라면서 “유일한 관계는 포스코 회장이 학교 이사장을 맡는 것 뿐”이라고 반문했다. 

또 “포스텍 민영화 이후 포스코의 출연은 없었다”면서 “포스텍은 학교의 설립 이념에 따라, 포스코는 회사 발전 방향에 맞춰 독자적으로 결정한다”며 각각 별도 법인임을 강조했다. 

'장인화 포스코 회장과 경기고·서울대학교 선후배 관계여서 가교 역할이 기대된다'는 질문엔 “포스텍 총장이라는 공적인 역할이 우선돼야 하고 그런 입장에서 장 회장을 대하겠다”고 했다.

/ 장은희 기자 jange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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