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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도 없는 후보 찍었다고?

등록일 2024-04-11 19:56 게재일 2024-04-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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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대구지사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1. 투표지를 받아들고 기표소 안에 들어서면서부터 한참을 망설였다. 지역구 선거 출마 후보는 단 두 명뿐이었다. 대구·경북 상당수 지역이 비슷한 실정이다. 1번과 2번 중에서 골라야 했다.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 명은 보수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인물이다. 지역과는 별 연고가 없다. 지역에는 그동안 수차례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낙하산 공천이 관례화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후보 개인은 명망 있고 능력도 있는 인물일 터이다. 그래도 못 미덥다.

진보 후보는 애초에 마음이 가지 않았다. 보수 텃밭인 지역 탓에 통상적으로 진보 쪽 후보는 전국적인 인지도가 있거나 중량감 있는 인물은 좀체 보기 힘들다.

진보 후보는 인물 됨됨이는 둘째 치고, 지역에서 수차례 선거에 나서 낙선한 전력의 인물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이 앞섰다. 당 대표부터 잡범 수준의 전과자에 막말 등 품격없는 언행으로 눈밖에 났다. 여러 명의 후보들이 막말과 사기대출, 위선 등으로 지탄받았다. 이런 이들이 금배지를 달면 국회가 어떻게 돌아갈지 불보듯 뻔했다. 아니 아예 국회의원 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탁월한 정치력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고민 끝에 기표를 했지만 마음에도 없는 후보를 찍고 말았다. 투표소를 나오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2. 현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의사 집단은 윤석열 정부와 완전히 등을 진 모양새다. 지역의 한 개업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멸문지화를 초래했다”며 “의사들은 무조건 2번 후보는 안 찍기로 했다”고 발끈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사집단과 정부와의 정면 대치는 선거판에도 영향을 미치는 형국이다. 의사집단은 보수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다.

#3. 대구 북구갑에 출마한 한 후보는 “16년째 국민의힘은 낙하산 후보만 내려 보내고 있다”며 “선거는 스타가 탄생해야 한다. 이변이 생기고 균열도 생겨야 대구경북도 발전하고 변화한다. 이번에 이변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당선 가능성은 낮지만 지역에 필요한 인물론을 설파했다.

선거 결과는 민주당 압승과 국민의힘 참패로 나타났다. 국민은 정권 심판을 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이 문제였다. 정부여당은 앞으로 험난한 파고와 맞부딪힐 일만 남았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 유권자 중에 정치적 허무주의에 빠진 이들이 적지 않다. 정치인 꼴보기 싫어 투표를 않았다는 이들도 꽤 있다. 찍을 만한 후보가 없다고 했다. 대구·경북의 낮은 투표율이 이를 반증하는 듯 하다. 유권자들의 가슴만 더욱 공허하게 만들었다.

‘합리적이면서도 모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민주적인 투표나 선거제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학자도 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차악이라도 택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상황이었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방법이 선거 뿐이라는 사실에 절망한다.

이번에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제발 국민과 나라를 먼저 생각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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