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현안 대통령 묻고 시장 답변<br/>총리직은 고사한 것으로 전해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울 모처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진 사실이 18일 뒤늦게 알려졌다. 4·10 총선 참패 이후 국정 운영 전반과 인사 문제 등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6일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이 4시간 가량 저녁 식사를 하면서 향후 국정 기조 및 인선 방향에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홍 시장에게 총선 전 만남을 요청했으나 홍 시장이 총선 이후 만나자고 제안하면서 만찬이 성사됐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정국 현안과 관련해 주로 묻고, 홍 시장이 답하는 식이었다”며 “배석자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총선 참패 이후 만남이 성사된 만큼 대통령실 참모진 및 내각 개편 관련 이야기도 오갔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홍 시장은 “어려운 시기이니 힘을 합해 잘해 나가야 한다. 비서실과 내각을 조속히 개편해야 한다”며 “지금 해야 할 일은 총선 패배 정국을 인사청문회 정국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제언했다고 한다.
홍 시장은 또 차기 국무총리 후보로 “야당과 소통이 가능하며 야심이 없는 사람을 고르셔야 한다”고 했고, 비서실장 선택 기준으로는 “정무감각이 뛰어나면서도 대통령에게 충직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총리 후보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비서실장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추천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직언이 가능하고 민주당 출신으로 외연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친윤 핵심인 장 의원은 대통령이 지근거리에서 각종 현안에 대해 편하게 마음을 터놓고 의논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홍 시장에게 국무총리직을 맡아 줄 것을 제안했고, 윤 대통령의 제안에 홍 시장은 고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본인이 대통령에게 제안을 받았지만 고사하고 김한길 위원장과 장제원 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직접 총리를 맡을 생각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홍 시장은 총리직 제안 여부에 대해 “그런 자리가 아니다”며 부인했다. 나아가 홍 시장은 최근 주변에 “지금은 내 시간이 아니다. 총리하려고 대구에 내려온 것이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시장은 또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정치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대통령과의 회동이 사실인지, 어떤 주제로 대화했고 국무총리 등 인선 관련 논의도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과 회동에서 한 말들은 대통령실에서 브리핑하지 않는 한 국가기밀”이라고 답변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