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관리 소홀에 이용객 외면, 텅텅 빈 포항지역 공공도서관 <br/>적절한 냉난방·편안한 좌석 공간 배치 등 서비스 질 개선 실패<br/>대부분 도서관 하루 이용객 200명 못미쳐 사실상 ‘무용지물’ <br/>“인기있는 북카페 운영 ‘벤치마킹’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포항지역 공공도서관들이 시민들의 외면을 받는 반면 카페를 이용하는 카공족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향후 공공도서관들도 ‘쾌적한 실내 온도·습도 유지뿐 아니라 편안한 실내 공간 등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오후 남구 대도동 영암도서관 열람실. 개인 학습을 위해 마련된 좌석 130여개가 텅텅 비어 있었다.
1층 자료실에는 좌석 38개가 마련돼 있지만 이용객은 3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책 대신 노트북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선린대 간호학과 A(22)씨는 “시험 공부를 위해 간혹 도서관을 찾는데, 히터 바람이 너무 강해 졸음 때문에 공부를 제대로 못할 때가 많다”면서 “공부에 적합한 실내 온도와 습도 조차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구 덕수동 포은중앙도서관도 상황은 비슷했다. 5층 자료실 149개 좌석에는 시민 20여명만 이용하고 있었다.
또 주말의 경우 이용객 수는 평일보다 늘어나지만, 3인용·4인용·6인용 책상의 중간 좌석 등은 모두 비어 있는 등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시민 B(32)씨는 “현재 도서관의 다닥다닥 붙은 1인용 학습 공간의 옆 좌석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행정기관이 도서관 좌석을 세팅할 때 1인용 공간을 넓게 확보, 전시행정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시간 북구 장성동 한 카페는 ‘카공족’으로 북새통을 이뤄, 지역 공공도서관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빈 테이블이 생기자마자 금세 달려와 자리를 잡았고, 일부 이용객들은 탁자가 넓고 의자가 편한 곳을 차지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동대 손하용(19) 학생은 “이곳 카페 실내는 항상 쾌적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이용료 격인 커피값 4300원을 지불하더라도 쾌적한 환경 때문에 공공도서관 대신 카페를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최근 지역 공공도서관 이용객들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 동해석곡·어린이영어·연일·구룡포도서관 등 비도심형 공공도서관은 하루 이용객 수가 200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포은중앙·영암도서관 등 시민들의 접근성이 좋은 도심형 도서관 조차도 상당수의 이용객들을 인근 카페에게 빼앗기면서 사실상 많은 공간을 놀리고 있다.
여기에는 공공도서관들이 최근 수도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혁신적인 북카페의 시대적인 트랜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공도서관들이 북카페와 비교,‘쾌적한 실내 온도·습도 유지를 위한 냉난방기의 효율적인 배치와 가동, 편안한 실내구조와 인테리어, 개인 취향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책상과 의자, 실내 경음악 등 이용객 중심의 세심한 배려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
지난해 개장한 포은오천도서관의 경우 ‘혁신적인 북카페 트랜드를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주민수가 적은 오천읍에 위치한 지정학적 문제 때문에 규모에 비해 이용객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계명대 문헌정보학과 김종성 교수는 “공공도서관들이 전국의 인기 있는 북카페들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한다”면서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도서관들이 공급자 중심만 고집한다면,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설자리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9월 포항 대한민국독서대전과 만화축제 등 다양한 행사 유치로 도서관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