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왔다. 생동감이 넘치고 산뜻한 바람 속에 살아 숨 쉬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계절이다. 이해인 수녀는 -찔레꽃 아카시아꽃 탱자꽃 안개꽃이/ 모두 흰빛으로 향기로운 5월-이라 노래했다. 여기에 하나 더, 늦봄에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린 듯한 이팝나무도 5월의 신부 모습이다. 포항의 거리에 언제부턴가 심어졌던 이팝나무는 이제는 봄의 도심을 하얀 띠로 두르고 있다. 또한 장미의 계절이기도 하여 그 화사함으로 시인과 수필가 등 문학인들에게는 좋은 글쓰기 감이다.
4월의 끄트머리에서 송도와 영일대 해안 길 따라 해변 마라톤대회가 열렸고 오천 해병부대에서는 해병문화축제가 시민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우창동 마장지에서 생태환경 바꾸기 문화행사인 마장지 축제가, 산림조합 잔디밭에서는 임산물 축제가 있었다. 5월은 전국적으로 많고 다양한 봄꽃 축제와 문화축제가 준비되어있는 달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달력을 넘겨 보니 행사일이 무척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있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처님 오신 날도 있고 입양자의 날, 세계인의 날이 있는 5월은 인간관계의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달이다. 그런데 ‘공포의 달’이라는 걱정도 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선물은 무엇을 하면 좋을까?’라는 설문에 ‘용돈’이 가장 많은 대답을 얻었으며, 또 가족끼리 식사를 하려면 요즈음 물가가 올라서 주머니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그래도 어버이날에는 어버이 은혜에 감사드리며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 마음을 가져야 하며, 스승의 날 또한 요즈음 사회적 기류를 보아 오해받기 쉬울지 모르지만 자기를 가르쳐준 선생님께 카네이션 한 송이를 달아드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도 삭막해져가는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해 줄 수 있을 텐데 아쉽다.
1일은 ‘근로자의 날’인데 달력에 빨간 글씨가 아니기에 은행에 갔다가 문이 잠겨있는 것을 보고 ‘아! 오늘이 노는 날이구나’하고 돌아섰는데 관청과 학교는 정상 근무였다. 5일은 입하(立夏), 여름에 접어드는 날. 그래도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함이 느껴지기도 하니 야외활동하려면 가벼운 윗옷이나 긴팔 셔츠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아침마다 차 유리창에 내려앉은 꽃가루를 털어내며 봄철의 성가심도 느낀다. 시골집 마루에도 송홧가루가 노랗게 쌓여있어 소나무 순을 따야 한다. 노랗게 솟아나는 것 중에서 2~3개를 남기고 따버리고 한 달 후쯤에 3~4㎝ 길이로 잘라주라고 한다. 작은 텃밭에는 상추와 고추 모종도 심었다. 잘 가꾸면 여름 한 철은 상추쌈에 풋고추 된장 찍어 맛있게 먹을 수 있겠지….
최근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소위 ‘영수 회담’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루어졌다. 영수(領袖)란 옷깃과 소매라는 뜻인데 남의 눈에 잘 띈다는 데서 비롯된 표현으로 특출한 사람 즉,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윤 대통령 취임 2년 만의 첫 대면으로 여러 현안에서 양측은 이견을 보였지만 5월의 끝에는 22대 국회가 시작되니만큼 새 국회가 나라를 위하는 협치의 정치를 보여주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따뜻한 5월의 바람을 날려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