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꽃 개화 늦고 꽃샘추위 없어<br/>잦은 비·흐린날씨땐 병충해 우려 <br/>맛과 크기 등 상품성 떨어져 걱정
지난해 이상 기후 등으로 천정부지로 올랐던 사과 가격이 올해는 진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사과 생산량은 39만4428t으로 2022년 56만6041t과 비교하면 30.3% 감소했다. 이는 2011년 37만9541t 이후 가장 적었던 해로 이는 이상 기후로 인한 변덕스러운 날씨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경북의 사과 생산량도 지난해 24만4천990t으로 전국 생산량의 62.1%를 차지했다. 하지만 2022년 33만532t 대비 25.9%가 줄었다. 특히, 경북 지역의 사과 재배면적은 2022년 1만5천677㏊에서 지난해 1만4천867㏊로 5.2% 줄어든 것에 비해 0.1㏊당 생산량이 2천108㎏에서 1648㎏로 21.8% 추락했다.
사과 생산량이 줄어든 건 기후 위기로 지난해 3월이 기온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사과나무는 보통 기온이 15~16℃인 4월 중순에 꽃이 활짝 피고 6월에 열매가 맺히는데 지난해는 사과꽃이 평년보다 5~10일 정도 빨리 폈다. 하지만 4월 중순 영하 2℃까지 떨어지는 꽃샘추위가 찾아오면서 피었던 꽃이 얼어버렸다.
여기에 지난해 장마철 강수량은 660.2㎜로 비가 지속되는 시간도 길어지면서 탄저병도 급증했다. 이 모든 걸 견딘 사과는 수확기 내린 우박에 다시 피해를 입었다.
올해는 지난해와는 다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북농업기술원은 올해 사과꽃 만개기(활짝 피는 시기)를 홍로 품종 4월 15일, 후지 4월 18일로 예측했다. 평년보다 8~10일 이른 시점이지만 실제 개화기는 평년과 비슷했다. 벚꽃이 예상보다 늦게 폈듯이 사과꽃도 늦게 폈다. 사과 농가에 봤을 때 다행인 점이다. 이후 꽃이 냉해 피해를 입을 정도의 추위는 없었다. 문제는 올해 봄철 부쩍 비가 많이 내리면서 일조량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일조량이 부족하면 사과나무 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비가 내리면 꿀벌이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수분(종자식물에서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붙어서 열매를 맺는 현상. 바람, 곤충, 새 또는 사람의 손에 의해 이뤄진다)에도 문제가 생긴다. 특히 열매가 맺는 6월까지 자주 비가 내릴 경우 사과농사에 큰 피해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안동시 길안면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조덕수(60)씨는 “올해는 사과 개화 시기가 늦어지면서 지난해 같은 냉해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최근 계속되는 비로 인해 수분이 안좋아 인력을 통한 인공 수분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인공 수분은 자연 수분보다 수정률이 떨어지지만 줄어든 꿀벌에 계속되는 비로 인해 자연 수분을 기다릴 수 없어 인력을 동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비가 계속되면 일조량이 부족으로 당도가 떨어지고 크기도 커지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지게 된다. 지난해처럼 탄저병 등 병충해에 취약해지는 문제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영숙 경북도농업기술원장은 “지난해 사과 생산량 급감은 이상기후 등 불가피한 요인이 있었지만 먼저 사전에 대비하고 농가에 홍보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위기라고 생각한다”며 “기후온난화로 재배환경이 바뀌고 있지만 새로운 품종과 철저한 병해충 방제로 경북사과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