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환경연대가 지난주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을 어젠다로 하는 지역사회 포럼 결성을 제안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많이 놀랐다. 포럼 의제에 우선 공감이 갔지만, 토론문화가 거의 실종되다시피한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어떻게 이런 담론을 제기할 결정을 했을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포항지역, 나아가서는 TK지역 발전에 꼭 필요한 개방성·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는 포항환경연대 같은 시민단체의 담론문화 확산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포스코그룹의 수소환원제철소 건립문제는 포항제철소가 포항에 남을지 떠날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이슈이기 때문에, 포항뿐 아니라 TK지역사회 전체가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 할 숙제다. 포항환경연대가 언급한 것처럼, 산·학·연과 시민사회, 노동계, 언론계 등 각계가 참여하는 포럼이 하루빨리 결성돼 수소환원 제철 프로젝트 추진과 관련한 다양한 해법이 나오길 기대한다. 포럼을 통한 시민사회의 제안은 정부나 포스코 그룹의 프로젝트 추진속도, 의사결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가 로드맵대로 진행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포항지역 일부 시민단체가 “바다를 메우면 해양생태계가 오염된다”며 반대하고 있고, 비용도 큰 부담이다. 해외 주요 철강강국들은 정부차원에서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에 천문학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생색내기용 지원에 그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포럼’은 이런 이슈를 심도 있게 토론하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TK지역에서 경험하기 힘든 것들 중의 하나는 토론문화다. 대신 이 지역은 계취문화와 저녁모임이 발달해 있다. 도시는 커졌지만 사회문화는 여전히 전통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도시에서는 보편화된 조찬기도회나 조찬세미나도 이 지역에선 찾아보기가 어렵다. 대신 동창회다 향우회다 해서 끼리끼리 모이는 저녁모임은 많다. 사적모임을 선호하는 이런 경향은 담론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온라인 속에서도 TK지역은 폐쇄적이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대구경북 사람들이 스스로를 강자인 줄 알고 있지만, 온라인 속에서는 약자”라고 진단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을 만들어 낸 인터넷은 수평적이고 진보적이어서 위계적이고 보수적인 TK지역과는 화학적으로 잘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특히 이러한 온라인속의 폐쇄성이 지역경제에도 타격을 준다는 분석을 했다. 정치·사회·경제·문화 모든 분야에서 개방적이지 못한 지역이 외면당하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TK지역이 개방적이고 매력적인 도시가 되려면, 지역 현안을 다루는 ‘수소환원제철 포럼’ 같은 담론문화가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꽃을 피워야 한다. 그래야 사회전체가 폐쇄성에서 벗어나 광장처럼 열릴 수 있다. 한 가지 제언하고 싶은 것은 곧 출범할 ‘수소환원제철 포럼’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포럼 멤버 중에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어야 건강한 담론이 형성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