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봉산문화회관에 ‘채상병 사건’ 등 ‘패러디 포스터’ 3개 전시<br/>정치적 내용 등 전시 제외 규정에도 심의 통과… 상황 파악 나서
정치홍보를 목적으로 전시할 수 없는 대구의 한 공공문화회관에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작품이 전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5시쯤 방문한 대구 중구의 봉산문화회관. 이곳 제1전시실에서는 지난 11일부터 6일 동안 ‘별이 뜬다’라는 주제로 성주미술협회에서 주관한 미술작품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번 기획전에는 성주미술협회 소속 작가 21명의 회화, 공예, 사진 디자인 등 다수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작품 중에는 최근 정치권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슈인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과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을 소재로 한 3개의 ‘패러디 포스터(Parody Poster)’가 포함됐다.
이 작품들의 제목은 ‘EXHUMA’로 시체 등을 발굴한다는 뜻의 ‘파묘’다. 세 작품에 공통적으로 적힌 소제목은 ‘The Vicious Emerges’로 ‘악인이 나타나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 작품 모두 작가 한 명의 작품이다.
‘이태원 참사’를 소재로 한 작품에는 ‘이태원의 작은 골목에서 159명이 죽어갈 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국가는 없었다. 재난안전사고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아래로 책임을 전가했고 대통령실과 행안부, 지자체, 소방, 경찰 등 국가기관은 서로 책임을 미뤘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특히, ‘고 채 상병 사망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 옆에는 출처를 밝히고 인터넷에서 내용을 가져온 채 상병 어머니의 편지를 A4용지 세 장으로 인쇄해 이어 붙였다.
문제는 이 작품들이 걸린 봉산문화회관은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 산하의 공공 문화기관이라는 점이다.
봉산문화회관 규정에 따르면, 종교행사 및 정치적 목적의 홍보 또는 행사를 이용한 상품선전 및 판매 등 상업성이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전시실 대관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대관은 신청이 접수된 서류를 근거로 봉산문화회관 심의위원회에서 시설 대관 적합 여부를 심사해 결정하게 돼 있다.
봉산문화회관은 규정에 따라 지난해 해당 기획전의 대관 여부를 심의위원회를 거쳐 결정했지만 정치적인 내용이 담긴 작품이 포함된 전시를 허용했다. 심의위원회는 봉산문화회관 관장과 외부 인사 등을 포함해 7인으로 구성된다.
전시기획팀 오창민 팀장은 “이 작품 외에는 정치적인 내용이 없어 심의위원회에서 통과된 것 같다”며 “전시 기간 중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어 별도로 조치한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봉산문화회관이 소속된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은 이 같은 사안을 뒤늦게 알고 상황 파악에 나섰다.
도심재생문화재단 관계자는 “심의위원회 당시에는 해당 그림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라며 “정확한 내용을 파악중”이라고 말했다.
/안병욱기자 eric4004@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