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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이른 폭염

등록일 2024-06-20 18:53 게재일 2024-06-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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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하지(夏至),‘여름에 이르다’는 절기다. 태양은 가장 높이 떠서 그림자가 가장 짧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아서 태양의 에너지를 길게 받아 본격적으로 농작물이 성장하는 시기이다. 이 열기가 쌓여 한 달 후에는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가 오는데, 19일 오전, 기상청은 66년 만에 가장 무더운 6월이 될 것이라고 폭염주의보를 발표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이 이틀 이상 이어질 것이 예상될 때 내리는 주의보인데, 벌써 92개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서울은 35.8도로 75년 만에 6월 최고 온도를 기록했고 가까운 경주도 37.7도를 넘었으며 경산 하양읍은 자동 기상관측장비(AWS)가 39도를 찍었다. 우리나라 전국의 한낮 기온이 35도 안팎으로 기온분포 영상을 보면 거의 붉은 색이다. 청명한 날씨에 남서풍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인체 온도보다 높은 날씨에는 온열질환을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며, 오후 2~4시 사이에는 야외 작업을 중단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장맛비가 시작되었다. ‘하지에 비 오면 풍년 든다’하였으니 농촌에는 조금은 기다리는 마음으로 모내기를 마쳤을 것이다.

이번 6월 폭염은 전 지구적인 기후 현상이라고 소식통은 전하고 있다. 미국은 중서부와 북동부에 열돔(Heat Dome) 현상이 발생하여 38도 이상 치솟아 대부분 지역에 주의보를 발령했고, 중국은 지표면이 75도가 넘는 곳도 발생하였으며, 인도는 폭염 사망자가 160명 이상이 된다고 한다. 사우디에서는 성지순례기간 동안 52도의 열기 속에 550여 명이 사망했고 40도가 넘는 그리스에서는 1주일 사이에 관광객 3명이 현지에서 죽었다는 것이다.

엘니뇨와 라니냐의 영향으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여 근래 세계 온도는 산업혁명 전보다 1.3도 상승했다는데 앞으로의 지구환경이 심히 걱정된다. 이러한 열파(熱波)로 올해 7월에 치러질 파리 올림픽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가뭄, 산불, 홍수 등의 기상이변도 심해지고 있으니 지구 곳곳이 난리다.

그러나 이른 폭염에 너무 겁내지 말고 주변을 정리하고 마음을 시원하게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6월에 모심기가 끝나면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풍습이 있다. 땀내 나는 머리카락을 잘 다듬고 제철 음식인 감자와 옥수수, 참외를 먹는 즐거움도 가져보자. 감자는 열을 내려주는 효능이 있고 옥수수는 이뇨 작용이 탁월하다 하니 잘 삶아서 닭백숙과 같이 먹으면 뜨거운 하짓날 열기를 식힐 수도 있겠다. 그리고 민물 장어와 다슬기로 단백질을 보충하여 6월 찜통더위를 잘 이겨 나가보자.

그런데 국회는 자기들만의 열기에 막혀있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20여 일이 지나고 있는데도 전반기 원구성도 못한 채 여·야 대치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으니 국민은 찜통 같은 답답함에 온몸에 땀이 흐를 지경이다.

답답한 마음에 반바지 차림으로 밤바다로 나가 모래밭을 맨발로 걸으며 영일만을 멀리 바라보니, 머릿속에 무언가 빤짝이는 영상이 떠오르는 듯하다. 석유 시추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이 10%라고는 하지만 우리의 꿈 ‘산유국’이 현실이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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