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무더위에 올 첫 녹조 관측<br/> 적조피해 겪은 주민들 걱정 큰데<br/>“녹조 자체 인체에 악영향 없어”<br/> 포항시 사태 파악 없이 뒷짐만<br/> 부산서 작년 입수 금지되기도
최근 칠포해수욕장을 중심으로 동해안에 녹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 지역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지만 포항시는 사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방문한 포항 북구 칠포해수욕장과 인근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초록빛 바닷물이 넘실대고 있었다. 아직 해수욕장 개장을 하지 않아 인적이 드물었지만, 용한리 일대는 짙은 녹색 바닷물 위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해안선을 따라 내려오면서 대구교육해양수련원 뒤쪽 바다도, 해양과학기술원수중로봇센터 뒤 바다도 온통 초록색 물결이었다. 로봇센터 인근 바다에선 조개를 잡거나 낚시를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무더위 철을 맞아 녹조 현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는데도 해수욕장과 바다 관리 주체인 포항시는 모니터링도 하지 않고, 포항 해변이 조류경보나 수질예보제 대상 지역인지 아닌지도 파악도 안 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이른 무더위로 녹조가 일찍 발생해 사전예방 및 대응을 강화한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주민들은 포항시의 대처에 불안해 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몇 년 새 동해안 수온이 계속 상승하면서 주민들은 바다의 환경, 생태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 주민은 “10년 전 유해성 적조로 양식장 물고기 15만마리가 폐사돼 큰 피해를 봤다”며 “이번엔 녹조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마을 주민들이 모두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모니터링 결과를 주시하면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박태규 박사는 “올해 때이른 무더위로 바닷물 수온이 높은데다 최근 내린 비로 인근 곡강천에서 발생한 녹조가 연안쪽으로 흘러온 것으로 보인다”며 “녹조의 원인이 되는 세균이 있는데 이를 분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녹조 자체는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며 “포항 해수욕장은 녹조로 폐쇄한 적은 현재까지 없는 걸로 안다”고 해명했다.
이런 관계기관의 태도에 대해 한 양식업자는 “동해안 녹조가 눈앞에서 현실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대처가 너무 안일한 것이 아니냐”며 “이러다 어장, 양식장에 큰 피해라도 발생하면 또 사후약방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은 지난 2022년과 2023년 낙동강에서 떠내려온 녹조로 입수가 금지됐다.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해수욕장법)에 따라 해수욕장에 유해 물질이 유입됐을 경우 해수욕장의 전부 혹은 일부에 대해 이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부산 사하구는 남조류 세포 수가 1㎖당 2만개 이상, 10만개 미만일 경우 ‘관심’ 단계로 입수를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 /장은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