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대통령 망가뜨리고 혼자 잘났다면 당 망하는 길” <br/>원희룡 “인간관계 배신 당정 충돌하며 신뢰 얘기할 수 있나”<br/>한동훈 “악의적 배신 프레임… 공한증에서 비롯 된 것”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열기가 과열되고 있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한동훈 후보가 자신을 정치 무대로 이끌어준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배신의 정치를 한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 후보 측은 “상대를 향해 어떻게든 씌우려는 악의적 ‘배신 프레임’은 분명 당원과 국민의 심판에 직면할 것”며 ‘공한증(恐韓症·한동훈에 대한 공포 증세)’이라고 맞섰다.
나경원 후보는 30일 한동훈 후보를 겨냥해 “대통령을 망가뜨리고 혼자 잘났다고 하면 우리 당이 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나 후보는 이날 경기 지역 당원 간담회에서 “재집권을 위해 다음 대선에서 이겨야 하는데 필요충분조건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이번에 다 같이 단합해서 대통령을 지켜야 3년 후 (여당 출신) 대통령을 또 뽑을 수 있다”며 자신이 이 역할을 맡을 차기 대표에 적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희룡 후보에 대해선 “대통령을 판다”고 했고, 한동훈 후보를 향해선 “대통령과 틀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연판장 사건’ 운운하며 (나에 대해) ‘대통령과 틀어진 거 아니냐’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1년간 당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해서 인터뷰도 안 했다”고 밝혔다. ‘연판장’ 사건은 지난해 3·8 전당대회에서 친윤(친윤석열)계 초선들이 연판장을 돌리며 나 의원을 압박해 출마를 접게 했던 일을 가리킨다.
원희룡 후보도 “인간관계를 하루아침에 배신하고, 당원들을 배신하고, 당정 관계를 충돌하면서 어떤 신뢰를 얘기할 수 있다는 건가”라고 반문했고, 윤상현 후보 역시 “절윤(絶尹·윤 대통령과 절연)이 된 배신의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윤 대통령과 불화설이 불거진 데 이어 해병대원 특검법 수정 발의 제안을 들고나오면서 윤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배신의 정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했던 발언으로, 당 핵심 지지층에선 탄핵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당시 당정 갈등으로 비화되면서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는 게 분석이다.
배신의 정치 공세가 이어지자 한동훈 후보 측은 배신의 정치 주장을 일축하며 “당원과 국민에 대한 협박 정치이자 공포 마케팅”이라고 반박했다. 한 후보 캠프 정광재 대변인은 “아무리 ‘공한증(恐韓症)’에 시달린다 해도 협박과 분열의 정치는 안 된다”며 “한 후보가 법무부장관으로서 했던 몸 사리지 않고 거대야당과 맞섰던 모습들을 모두 기억한다. 한 후보야말로 정부에 대한 부당한 공격을 가장 잘 막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대를 향해 어떻게든 씌우려는 악의적 ‘배신 프레임’은 분명 당원과 국민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한 후보는 오직 우리 당의 변화에 대한 열망과 성원을 동력으로, 국민의힘을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경쟁자들의 배신자 정치 협공은 대세론이 형성된 탓에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한 후보 측은 1차 투표에서 승부를 가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나·원·윤 후보는 “선거는 이제 시작”이라며 결선투표를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누가 우위에 설 것인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