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읽은 윤흥길의 소설 ‘완장’이 생각난다. 주인공 임종술은 동대문시장에서 목판장사도 하고 포장마차도 해보고 양키물건을 팔기도 하다가 고향에 내려와 낚시질이나 하며 지내는 건달이다. 그런 그에게 완장을 두를 일이 생겼다. 땅 투기에 성공해 기업가로 변신한 최 사장이 저수지 사용권을 얻어 양어장을 만들고, 그 관리를 임종술에게 맡긴 것이다. 보수가 변변치 않아 처음에는 거절을 했으나 완장을 차게 해 준다는 말에 솔깃해서 수락을 한다.
노란 바탕에 파란 글씨로 ‘감시원’이라고 쓴 완장을 찬 임종술은 사람이 변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도둑낚시를 하던 널금저수지는 이제 그가 지배하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된다. 야밤에 몰래 고기잡이를 하던 초등학교 동창 부자를 폭행하여 아들의 귀청을 터지게 만들기도 하는 등 마치 마을에 군림하는 독재자인 양 행세한다. 그렇듯 완장놀음에 심취한 종술은 면소재지인 읍내에 나가서도 완장을 차고 거리를 활보한다. 그러다 어이없게도 저수지에 놀러온 최 사장 일행이 낚시하는 것까지 방해를 해서 감시원직을 빼앗기고 만다.
감시원직에서 해고를 당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임종술은 완장을 차고 저수지를 감독하는 일을 계속한다. 그러나 가뭄이 심해져서 저수지의 물을 빼서 전답에 대기로 결정이 나자 임종술은 강력히 반발을 하지만 소용이 없다. 수리조합직원과 경찰에게까지 행패를 부리다 결국 쫓기는 신세가 되어 완장을 버리고 고향을 떠난다.
22대 국회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학창시절 소위 운동권이었다. 그는 대학 4학년 때 다른 학생 5명과 모의하여 사과탄, 화염병, 사제폭발물 및 쇠파이프를 소지하고 주한미대사 관저의 담을 넘었다. 월담 직후 사과탄 및 사제 폭탄 1발을 터뜨리고, 폭발음을 듣고 달려온 경비원을 향해 다시 2발을 터뜨렸으며 미리 준비한 쇠파이프로 현관 유리창을 부순 뒤 공관 안 응접실에 침입했다.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액자를 쇠파이프로 부순 뒤 접견실에 있던 소파 4개와 의자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 대사관저 직원들을 인질로 하여 “노태우 매국 방미 반대”, “그레그 대사 취임 반대 및 추방”, “수입 개방 압력 철회” 등의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하다 경찰에 연행되었다.
집시법위반,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총포·도검·화약류등단속법위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현주건조물방화미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화려한(?) 경력을 발판으로 정계에 진출, 좌파 정당의 공천을 받아 네 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에다 법사위원장 감투까지 쓴 정청래 의원은 완장을 찬 임종술을 방불케 한다.
터무니없는 법안들을 마구잡이로 단독·강행 발의하는 등 무소불위 권력놀음에 도취되어 ‘해병대원 특검법’청문회에 불려나온 전 국방장관과 군 장성들을 모욕하고 능멸하는 작태를 벌이기도 한다. 인성과 자질이 안 되는 사람이 완장(감투)을 차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남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