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부인사 터에서 우리 역사상 최초 대장경인 고려 '초조대장경'을 봉안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대구 동구와 대한불교조계종 부인사(주지 종진스님), (재)세종문화재연구원(원장 김창억)은 올해 6월부터 지난 12일까지 실시한 대구 부인사지 요사채 철거부지에 대한 정밀 발굴조사에서 고려시대 ‘부인사(符仁寺□)’명 기와를 발굴했다.
이번 발굴조사에서 통일신라시대 서쪽 축대(회랑) 동편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符仁寺□’명, ‘夫人○’명, ‘夫○○’명 기와 3점의 명문기와 중 ‘符仁寺□’명 기와는 1989년부터 진행된 총 9차례의 발굴조사 중 이번에 처음으로 확인됐다.
부인사는 고려시대 거찰(巨刹)로 문헌자료에 따르면, 창건 당시인 통일신라시대는 夫人寺, 고려시대는 夫人寺·符仁寺, 조선시대는 夫人寺·夫仁寺 등 시기별로 달리 기록돼 있다.
특히 1237년 고려시대 최고의 문장가 이규보가 지은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卷25 ‘대장각판 군신기고문(大藏刻板 君臣祈告文)’ ‘유시범소경유 무불상범서 실분멸지 어시부인사지소장대장경판본 역소지무유의(……由是凡所經由 無佛像梵書 悉焚滅之 於是符仁寺之所藏大藏經板本 亦掃之無遺矣)’……‘이런 것으로 말미암아 (몽골군)이 경유하는 곳에는 불상과 불전이 모두 불타 사라졌다. 이에 부인사(符仁寺)에 소장된 대장경 판본도 또한 남지 않게 되었다’는 기록처럼 부인사(符仁寺)는 1232년(고종 19) 몽골 침입 시 병화(兵火)로 소실된 초조대장경판 봉안처임을 짐작할 수 있다.
발굴조사를 담당했던 (재)세종문화재연구원에 의하면, 최초로 발굴된 ‘符仁寺□’명 기와는 고려시대 문헌자료에 기록된 내용과 부합하는 실존 자료로 그 가치가 상당하다고 한다.
지금까지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명문기와의 사명은 夫人寺, 夫仁寺 밖에 없어서, 고려사 등 초조대장경 관련 사료에 표기된 符仁寺와 다를 수도 있다는 논쟁이 있어 왔으나, 사료와 고고 유물 간의 혼돈을 종식시키는 자료로, 현재의 부인사가 고려 최초 대장경의 봉안처임을 증명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
윤석준 동구청장은 “이번 발굴 결과를 바탕으로 부인사의 역사적 위상을 보다 명확히 하고, 향후 부인사 터의 국가지정 사적 승격 및 석조 수각 보물 지정 등을 위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구 불로동 주민 김지연(38)씨는 "우리 지역에서 '초조대장경’ 봉안 증거가 발견돼 신기하다"며 "앞으로 부인사 터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관련 연구를 통한 보존과 학술적 평가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