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에서 금13 은9 동10개 메달로 세계 8위의 성적이 안겨준 시원함과 함께 말복을 지난 바람이 더위에 지친 마음을 식혀주고 있다. 80여 년 전 일제의 압박에서 벗어난 작은 나라가 주권을 되찾은 감격을 모아 국가를 세우고 근면한 정신으로 세계 10위권 국력의 위상도 높였다. 이 모두가 광복(光復)이라는 힘을 꾸준히 가꾸어 온 우리 민족의 정신력 때문이리라.
8·15 광복절에 다시 한번 광복절 노래를 불러 본다.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날이 사십 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1910년 8월29일 한일 합방으로 국권을 빼앗긴 후 40여 년을 피눈물 나는 독립운동을 이어갔고 연합군 승리의 힘이 더해져 1945년 8월15일 일본의 항복으로 광복을 이루었었다. 이 역사적 날을 기념하여 광복절을 기리고 있는 것이다.
이 광복절에는 국민 모두 태극기 높이 들고 다시 찾은 민족의 빛을 온 누리에 밝히며 세계에 우뚝 설 힘을 보여 주어야 하는 날인데 느닷없이 ‘건국절(建國節)’ 시비로 두 쪽 나버린 광복절이 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광복절 기념식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독립기념관 등에서 대통령과 3부 요인 및 광복회 등 독립운동 단체가 참석하여 독립과 함께 정부수립을 축하하여 왔는데, 이번 79주년 경축식에는 국회의장과 야당 6개 정당, 그리고 광복회장과 광복회를 비롯한 37개 독립운동 단체 등이 보이콧하여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가졌다.
이는 신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에 따른 논란의 결과다. 김 관장은 뉴라이트(New right) 즉, ‘신우파 (新右派)’ 성향으로 독립운동을 폄훼했다는 이유로 사퇴를 압박당하고 있다. 뉴라이트는 2000년대 중반에 나타난 신보수주의로 반공주의를 구시대적이라 비판하면서 식민지 근대화론과 경제적 자유주의를 외치며 보수를 넘어 극우화된 부류라는 평이다.
여기에 덧붙여 건국절 제정을 주장하고 있는데 ‘건국은 언제인가?’라는 많은 논란이 정치계와 학계,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1919년 독립운동 시작과 임시정부 수립, 1948년 정부수립 중 어느 시점을 건국으로 보느냐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미 광복절로 우리나라 탄생의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고 있는데 굳이 건국절을 제정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외국의 경우 건국기념일이 따로 없고 미국은 독립기념일, 프랑스는 혁명기념일, 중국은 국경절이라 하지 않는가. 또 북한은 1948년 9월 9일을 인민정권 창건일 즉, 구구절이라 한다. 이러한 다양한 명칭 속을 비집고 싹튼 건국절 논란을 꺼낸 사람을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했을 뿐만 아니라 동북아역사재단 등 역사 관련 8개 공공기관과 위원회에 21명의 뉴라이트를 요직에 앉힌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반발로 이번 광복절 경축식이 별도 개최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해방과 광복, 독립과 건국 모두 다 이루어졌는데 건국이라는 해석 차이로 광복절이 두 동강 났다는 것은 남북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우리 민족에게는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